나라에 왔으면 사슴을 보고 가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갑작스럽게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날 아침 나라코엔 사진 몇 장을 인터넷으로 보고 있었는데, 때마침 보던게 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의 사슴 사진들이었다. 동생이 사슴이 자유롭게 거닐고 있다는 나라코엔에 대한 기대감이 좀 있는 듯 해서 찾아본 것이었다. 빗물로 젖은 사슴들의 몰골은 볼품없다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로 폼새가 나질 않았는데, 가방을 싸던 동생이 내 방으로 들어와 사슴 사진들을 보고는 말했다.
"형 근데 이게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슴인데 ㅋㅋㅋㅋㅋ
어찌되었든 몇 일 후 진짜로 나라코엔에 발을 내딛었다.
나라코엔에서는 정말 사슴들이 사람들한테 신경도 안쓰고 지나다닌다. 거리에는 콩알만한 사슴의 응가들이 즐비하다.
으아. 이 동글동글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
센베 과자만 있으면 순식간에 인기인으로 등극
동생과 사슴의 조우
호기심 가득한 관광객들과 사뭇 대비되는 사슴의 시덥잖은 표정 ㅋㅋ 아 진짜 웃음만 나옴
도라에몽이 좋아하던 팥빵을 실제로 팔고 있는 가판대가 있었다. 그냥 예상가능한 팥빵 맛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살까말까하던 동생에게 진정한 도라에몽 매니아라면 도라에몽이 너무나 좋아하는 팥빵도 직접 먹어봐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말로 충동질. 사실 지금에야 고백하자면 사실 그 팥빵을 한 개 다 먹고 싶은 마음은 없고 딱 한 입만 먹으면 적당할 것 같아서 동생의 충동구매를 유도했던 것이었다. (동생이 팥빵을 사면 난 이렇게 외쳐야겠지. "야 그거 맛있냐? 나도 한 입만 먹어볼게" ㅋㅋㅋㅋ)
내 의도대로 충동질에 넘어간 동생은 과감히 팥빵을 구입.
그런데 맛있긴한데 그냥 그냥 무난하고 예측한 그 정도 팥빵 맛이었다. ㅋㅋ
아 깜짝이야. 뭐가 툭툭 치길래 돌아보니 사슴이다. 팥빵을 들고 있는 동생을 향해 사슴들이 몰려들고 있다. 예상치 못했는데 잠시동안 동생도 인기인으로 등업했다가 팥빵이 다 없어지자마자 그 많던 사슴들이 제각기 제 갈 길을 찾아 떠났다. 역시 물질에 근거한 인기란 한순간의 물거품이다. 내 동생은 팥빵 하나를 통해 내면의 매력이 아닌, 돈이나 물질에 기반한 인기는 그 재산이 없어지는 순간 사라져버린다는 중요한 삶의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 이렇게 놀리는데 진짜 웃겨 쓰러질 뻔- 저번에도 말했지만 좌우지간 동생놈이랑 여행하면 진짜 초웃기다.
뭐냐 넌. 애정결핍? 욕구불만?
한적한 곳에서는 이렇게 양 머리를 맞대고 싸우는 숫놈들도 있다
이얏 이얏. 센베 과자만 있으면 너도나도 인기인! 참고로 저 아주머니의 회색 자켓에 얼룩덜룩 묻어있는 500원 크기의 검은 점들은 몰려든 사슴들이 자기한테도 과자 좀 달라고 물고 핥고 빨고 잡아당기느라 남긴 사슴침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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