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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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일본 제과점 둘러보기








제과제빵을 배우기 위한 유학은 크게 두 나라로 나누어진다. 프랑스와 일본. 프랑스야 제과업계에서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입지를 가지고 있는 나라로 유명하고, 동양에서는 일본의 섬세한 제과제빵 수준을 넘어서는 나라가 아직은 없고 우리 입맛에도 잘 맞기 때문이다. 강남 최고의 빵집을 경영한다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김영모 쉐프가 40일동안 오로지 제과점만을 둘러보며 쓴 답사기 <스위트로드>는 맛깔스러워보이는 사진과 글로 독자들을 시종일관 입맛다시며 페이지를 넘기도록 만들었다. 빵이나 케이크 좋아하는 사람은 이리저리 동선을 잘 짜면 충분히 이런 테마로도 여행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에 있을 때 종종 빵을 먹어볼까 하는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간 베이커리에서는 투박하고 커다란 케이크를 바라보면서 어렴풋이 기억이 남아있는 90년대 초반의 우리나라 제과제빵 수준이 생각났다. 이제는 꽤 그럴싸해졌지 싶은 한국의 제과도 파티시에 입장에서 보면 일본에 10년 20년 정도는 뒤쳐져 있다고 한다. 까놓고 이야기하면 아직 기본적인 재료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는 글을 어느 책에선가 읽었다. 우리는 대형 제분회사에서 수입한 고만고만한 평범한 수준의 밀가루를 먹어왔다. 원래 밀가루는 품질과 종류가 다양한데 한국에서는 품질과 용도의 차이에 따른 다양한 밀가루 선택권이 없다. 단지 어느 회사 제품을 사느냐에 그칠 뿐이다. 생크림은 그냥 생크림이다. 일본에서는 대형회사에서 나오는 생크림에도 최소 대여섯가지 종류가 있지만 한국에서의 생크림은 오로지 한 가지 뿐이다. 설탕 또한 설탕은 그냥 설탕이지 다양한 종류의 설탕은 찾아볼 수 없다.

좋은 달걀을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백화점에서 파는 유기농이니 방사 계란이니 하는 것들도 대부분 엉터리에 크기를 규정하는 규격도 제대로 통일되지 않았다. 소-중-대란으로 나누지 않고 특란-특대란-특왕란..식이다. 이런 코미디 같은 현실은 어설픈 상혼 때문에 생겨났다. 가끔 계란을 사러 마트에 가면 특대란과 특왕란 사이에 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고민할 때가 있다. 이쯤되면 이쪽을 업으로 삼고 있는 쉐프들은 어떤 식으로 재료를 조달할지 궁금한데, 그냥 현실과 타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결국 과감한 시도를 하고자하는 파티시에는 비싼 값을 치르고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지에서 밀가루를 들여와야 한다. 그 밀가루가 그 밀가루지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구워놓은 빵을 먹어보면 단순한 재료로 만든 빵임에도 탄력이 뛰어나고 거칠지만 더 구수한 향이 나는 걸 느끼게 된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 한창 유행할 때는 제과제빵 학원과 유학업체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 사람들 지금은 다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이 없다. 한국인 특유의 냄비 근성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잠깐이었지만, 가족 중에 한 명이 제과업계에 발을 디딜 뻔해서 주워들은 이야기가 많은데 어차피 한국에서는 대기업에서 경영하는 베이커리에 정직원으로 취직해도 제과제빵사의 월급은 박봉 중에 박봉이다. 오너 입장에서는 빵을 굽고 케이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지불해야 할 보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을 수료한 파티시에를 부담없이 고용할 수 있어 큰 부담이 없었다. 흠, 이제와서 이런 이야기 해봐야 가슴만 아프다. 우리가 눈여겨 보고 있던- 바로 정확히 그 자리를 누군가 먼저 계약하고 선점하더니 하필이면 베이커리가 생겼다. 5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저녁 8,9시만 되면 대부분의 빵이 다 나가고 텅 빈 진열대를 드러내는 걸 오다가다 보면 까닭모를 공허함이 느껴진다.






1905년에 창업한 DONQ 본점. 바게트로 유명하고 시식용 빵도 많다. 이것저것 주워먹다보니 배가 불러서 그냥 나왔다;;;; 긁적긁적;;














이건 제과는 아니지만, 제과점을 둘러보면서 중간중간 사먹은 우마이봉 초콜릿맛. 나중에 오사카 돈키호테에서 우마이봉만 양손 가득 사가는 여자들을 자주 봤다.















제과점을 크게 둘로 나누면 평범한 재료로 맛있는 빵을 만드는 곳과 고가의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해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 곳으로 볼 수 있는데 일본에서는 두 가지 스타일의 베이커리를 얼마든지 쉽게 찾을 수 있다. P사와 T사가 장악한 한국 제과 시장보다는 이것저것 찾아다니면서 먹어보기도 좋다. 오랜 시간 프랑스에서 제과제빵을 공부하고 돌아와 차린 가게, 오랜 경험은 없지만 단기간동안 수련을 거듭해 블로그에 그 내용을 올리다가 직접 베이커리를 차려 주목을 받은 쉐프, 고집스럽게 정통 유럽식 스타일을 고수하는 베이커리, 당일 판매를 꼭 지키기 위해 아예 냉장고를 없애버린 케이크점 등 각양각색이다.  






내 입맛을 사로잡은 곳은 '엄마가 선택한 모토마치 케이크' <일본에 먹으러 가자>에도 소개하고 있는 집인데 '우리나라의 70년대 제과점 같은 모양새'라는 설명과 더불어 가게 외관 사진을 실어두었고, 책 출간 이후 블로그에는 건물 공사중이라는 새로운 내용을 덧붙여놓았으나 가게 보수 및 공사는 다 끝났고 책에 실린 사진과는 무척 다른 - 세련된 - 외관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잘 팔린다는 뜻으로 No.1 팻말을 달고 있는 자쿠로.






촉촉한 스폰지 케이크의 질감은 충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촉촉한 질감으로 유명한 개인 베이커리들의 유명 제품들을 먹어봤지만, 이건 많이 다르다. 생크림은 천박한 설탕 범벅 단맛 없이 풍부한 우유 맛이 난다. 오랫동안 음미하면서 먹고 싶었지만 입 안에 넣은 케이크 조각들이 순식간에 녹아 없어져버린다. 맛 뿐만 아니라 250엔이라는 가격까지도 훌륭해 ;ㅁ;




P.S.
얇은 반죽을 겹겹으로 입혀 만드는 나이테 모양 빵 바움쿠헨은 홍대 리치몬드에서도 상당한 수준으로 만들어 판다. 홍대 폴 앤 폴리나에서는 개량제 등의 합성 재료를 쓰지 않고 천연에 가까운 재료를 소박하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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