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있을 때 책값이 너무 비싸서 방콕에 가면 중고책 서점들 돌면서 모래사장에서 예쁜 조개 껍질을 찾는 마음으로 사진관련책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카오산에 머물면서 몇 일간 시간이 나는대로 여기저기 중고책 파는 곳들을 가봤는데 생각만큼 책이 많지 않았다. 전세계에서 배낭여행족들이 모이는 곳이다보니 여행 가이드북들만 수두룩하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끼리 서로 자신이 여행해온 나라와 그에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고 즉흥적으로 짐을 꾸려 새로운 장소로 떠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필요없어진 가이드북은 중고책방에 팔고 동시에 자신이 여행할 나라를 다룬 가이드북을 중고로 구입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유명한 중고책 서점은 <아포리아 북스>라고 들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지도에 표기된 자리에는 다른 서점이 들어와 영업을 하고 있었다. 간판은 아무리 살펴봐도 아포리아 북스가 아니었다. 분명히 지도상으로는 이 위치가 맞는데- 하면서 주변을 맴돌다가 그냥 날씨가 더운 관계로(방금 샤워하고 뽀송뽀송한 상태로 나왔는데 10분만 돌아다녀도 티셔츠가 등짝에 달라붙는다, 흐어, 이 징그러운 날씨ㅠ) 이것저것 먹을 것만 잔뜩 사들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리고 언제였더라, 아무 생각없이 귀금속을 주로 다루는 길거리를 따라 오다가 버거킹(애플샵 쪽) 옆에 아포리아 북스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앗, 이런, 뭐지. 반가운 마음에 책방 주인 누나(?)한테 서점 언제 옮겼냐고 물었더니 급 방긋 웃으면서 어떻게 알았냔다. 아오. 문제는 내가 찾는 건 사진에 관한 책 - 꽤 비싼 - 이었는데 사진과 관련된 중고서적은 한 번 나가면 다시 들어오는 일이 드물다고 하면서 찾아보더니 없단다. 듣고보니 그럴 것 같긴 하다.
기왕 온 김에 이것저것 들춰보니 론리플래닛에서 Travel Photography 3rd Edition이 새로 나왔다. 이건 한국으로 돌아가서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게 훨씬 쌀 것 같아 인사를 하고 나왔다. 단지, 그렇게 찾아다녔던 아포리아 북스를 찾았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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