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사진

근황. 201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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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올려놓고는 선물로 들어온 커피콩을 핸드밀로 분쇄한다. 요즘 공부하면서 가장 잠이 쏟아지는 점심 시간대에 생긴 습관이다. 사진작가 윤광준은 핸드밀을 돌리며 원두를 갈아내는 것을 두고 체온이 느껴지는 울림이라는 표현을 썼다. 손으로 커피를 가는 즐거움은 아는 사람만 안다. 고루 로스팅된 원두를 갈고나니 그 향이 한층 더 짙다.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리니 커피 향이 주방을 가득 채운다.

요즘은 커피를 직접 내려서 파는 개인 카페도 굉장히 많아졌는데, 종종 손님의 취향을 싸구려로 내리깎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대형 체인점 메뉴나 자판기 커피를 비롯한 인스턴트 커피를 좋아하면 뭘 모르거나 무식한 - 내지는 계몽시켜야 할 대상인양 이야기하는 모양이 일반인 사이에서도 곧잘 펼쳐진다.

잘 외워지지도 않은 원두의 종류들을 섭렵한 사람만 커피 애호가라는 타이틀을 망설임없이 쓸 수 있다란 법은 없다. 우유를 넣을 사람은 우유를, 계피 가루나 코코아 가루가 필요한 사람은 자신의 취향에 맞게 넣어 먹으면 그만이다. 런던의 Monmonth Coffee에서는 원두를 골라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하면 white or black? 이라는 질문을 추가로 받는다. 우리는 핸드드립은 그냥 그대로 마시는 게 당연한 형태라는 분위기가 암묵적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그네들은 핸드드립 커피에도 우유를 부어 마시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 커피를 마시면 익숙한 원두의 향을 가득 느낄 수 있으면서도 우유 덕분에 부드러운 질감으로 가로놓인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타인의 취향을 쉽게 깔고 앉는 모습은 핸드폰 카메라나 작은 똑딱이로 찍는 사진은 제대로 된 사진이 아니라며 커다랗고 까만 카메라를 으쓱해보이는 모양새와 비슷하다. 그나저나 이번에 새로 갈아본 원두 맛이 꽤 괜찮다. 커피 원두 겉봉을 보니 로스팅한 날짜와 함께 <허형만의 압구정 커피집>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허형만씨가 얼마 전에 쓴 책이 내 책장에도 한 권 있다. 한 모금씩 먹을 때마다 똑같은 생각을 반복해서 한다. 이번 커피 맛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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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자로 방송했던 <꿈꾸는 자들의 섬, 노량진>을 봤다.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한 달이었나 두 달 남짓 나도 노량진에서 생활했던 기억이 있어 고시생들만큼은 아니지만 나름의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노량진은 어딘지 모르게 음울하고, 축 늘어진, 회색빛의 공간이다. 어린 나이에도 이곳에 있다간 어느순간 나도 이들 중 한 명(one of them)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방송이다보니 열심히 공부했지만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는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신림동이든 노량진이든 고시촌에서 망하지 않는 영업 목록에는 항상 만화방, 비디오(DVD)방, PC방, 오락실, 노래방, 호프집, 모텔 등의 유흥업소가 자리한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기 마련이다. 눈에 불을 켜고 어디 괜찮은 여자 없나 레이더를 돌리는 남자들은 고시촌에도 상주한다. 실제로 성사된 고시촌 커플도 많고. 합격한 사람들이 써낸 합격수기에서는 24시간 중 하루 평균 6시간 정도의 공부시간만 꾸준히 이어가도 성공할 수 있음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시험공부를 한다고는 하면서 하루에 여섯 시간씩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 그만큼 드물다는 말이 된다. 조금만 방송의 초점을 달리 하면, 고시촌에서 흥청망청 돈을 쓰거나 유흥업소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사례들만 모아서 방송분을 만드는 건 더 쉬울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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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정답이 없다. 어느 누구도 딱 떨어지는 방향을 정해주지 않는다. 2007년에 모 교수님은 아직도 뭔가 정답이 없거나 답답한 상황에서는 고등학생일 때 풀던 수학의 정석을 꺼내서 예제들을 풀어본다고 했다. 적어도 고등학교 수학 문제에는 딱 떨어지는 정답이 있으니까 일종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나. 그 당시에는 그냥 막연하게 이해했었는데 내가 지금 그게 어떤 말인지 절절하게 공감하게 될 줄이야. 중고등학생 때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답이 있고 방향과 목표도 뚜렷하고 공부해야 할 분량과 교재도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수능 공부는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꽤 매력적인 도전 과제다(수능 시험 당일의 부담감만 제외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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