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가판대입니다. 아침이라 그런지 문을 연 곳은 몇 없었고, 이제 막 장사를 시작하려고 준비하는 모습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점심을 주로 이런 가판대 음식과 술로 대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주문을 해봅니다. 어떤 재료가 어떤 재료인지도 모르겠고, 야채는 그다지 깨끗하게 다듬은 것 같지는 않아 그냥 닭고기와 소시지를 골랐습니다.
주문을 받으면 '난'이라고 하는 빵과 손님이 고른 재료를 기름에 넣고 튀겨냅니다. 뚜껑을 닫기 전에 슬쩍 기름을 훔쳐봤는데 제 기억엔 기름 색이 맑지 않은 짙은 색이었습니다. 조리도구와 장사하는 사람들의 위생상태는 한 눈에 봐도 청결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우리 가족이 이곳으로 여행을 온다면 어머니는 길거리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으실 것 같습니다. 가리지 않고 다 잘먹는(아무리 요리를 못하는 사람이 만들어낸 음식이라도 어지간한 건 다 맛있게 먹는, 지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마운 식성격'입니다) 저는 기왕 여기에 온 거 먹어볼 건 다 먹어보자는 심산으로 이것저것 마구 입에 집어 넣습니다.
닭고기와 소시지, 그리고 난을 같이 튀겨낸 다음 난으로 감싼 채 비닐로 포장해줍니다. 중국 음식 특유의 향이 나는 향신료를 엄청나게 뿌려서 제 손에 쥐어줬습니다. 어느 길거리 음식을 먹더라도 대부분 이 향신료 맛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사람은 잘 못견뎌하는 경우도 많다는데, 저는 처음 먹을 때부터 거부감없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런 형태의 음식을 들고 다니면서 먹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거짓말같지만 이 볼품없는 모양새의 음식이 요즘도 가끔은 생각납니다.
중국의 아이스크림입니다. 맛은 한국산과 비슷합니다. 개중에는 한국의 유명한 아이스크림을 모방한 녀석들도 더러 눈에 보입니다. 아예 한글로 메로나 라고 적어둔 초록색 포장지도 있었습니다. 색깔은 형광물질을 입힌 듯한 초록색이라 거부감이 살짝 들었지만 맛은 한국의 메로나와 상당히 흡사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소시지를 한 개 더 집어먹습니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200~300원 정도를 받습니다. 천원이면 소시지로 배를 채울 수도 있다는 사실.
지하시장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과자점같은 곳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빵과 떡, 과자를 만들어 팔고 있었습니다. 직접 주문을 받고 돈을 거슬러주는 점원 뒤로 음식을 만드는 직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빵을 조금 주문해봅니다.
아무 것도 넣지 않은 빵입니다. 단팥이나 단 맛이 나는 앙금이 들어있는 빵보다는 바게트처럼 속을 채우지 않은 빵을 좋아하는 제 취향이라고 생각해서 골랐습니다. 그런데 겉보기에는 그냥 담백한 모닝빵 맛 같았는데 막상 사서 먹어보니 윗 부분에는 버터를 바르고 밑에는 물엿 같은 걸 발라서 구워내 끝 맛이 꽤 달달했습니다. 길거리 음식을 먹으면서 이런 걸 따지면 안되지만 이곳에는 기름에 튀겨낸 음식이 워낙 많아서 오븐에 구워낸 이런 음식이 그나마 몸에 좋은 것 같습니다. 주먹만한 빵 네 개가 우리 돈으로 무려 200원이었습니다. 점점 중국이 마음에 들기 시작합니다.
기름이 잘잘 흐르는 이 녀석은 양고기입니다. 잘게 자른 고기 조각을 꼬치에 끼워 향신료를 듬뿍 뿌려 직화로 구워냅니다. 중국에 있는 동안 식당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양고기를 참 많이 먹었습니다.
딸기입니다. 겉에 코팅된 물엿과 설탕 때문에 정신없는 단 맛으로 점철된 복합적인 단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든지 오래된 녀석은 자세히 보면 표면이 먼지 투성이입니다.
길거리에서는 파인애플을 깎는데, 한국에서처럼 기계로 깎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깎기 때문에 딱딱한 껍질을 깎고 나면 단단한 씨눈이 남아 있어 씨눈을 따로 감자깎기 같은 도구로 도려냅니다. 그리고 세로로 길게 여러 조각으로 잘라 나무 젓가락을 끼워 팔기도 합니다. 그런데 돈을 만진 손으로 파인애플 속살을 움켜쥐고 막대기를 끼우는 등의 작업을 하기 때문에 위생적이지는 않습니다. 변색을 막기 위해 소금물에 담궜다가 꺼내 놓고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상인들 말로는 단순히 소금물일 뿐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안에 어떤 성분의 어떤 물질을 탔는지 알 방법이 없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파인애플을 사먹기보다는 파인애플을 통째로 사서 먹는 방법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아직 다 성장하지 않은 닭을 굽는 모습입니다. 그냥 치킨 맛에 향신료를 더한 맛이 납니다.
닭 머리입니다. 세 개씩 꼬챙이에 끼워서 구워 팝니다. 고소한 맛이 납니다..만 두 번 먹을 생각은 나지 않습니다.
야시장입니다. 양고기 꼬치를 10개를 먹어도 우리 돈 2천원 정도만 내면 됩니다. 친구들이 옆에 있었다면 양고기 꼬치 손에 가득 10자루씩을 쥐어줘도 돈 만원이면 모두 해결된다고 생각하니 정말 환상적인 곳이라는 느낌이 더해갑니다. 이것도 환율이 많이 오른 것이기 때문에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지금의 절반 가격이었다고 합니다.
위험하니까 밤에는 돌아다니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야시장만큼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곳이 없기 때문에 그냥 길로 나왔습니다. 해외여행을 할 때는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벨기에에 갔을 때는 한국에서 편찬한 가이드북에서는 치안이 안좋으니까 해가 지면 돌아다니지 말라고 되어 있었는데 론리플래닛에서는 야경이 장관이니 절대 놓치지 말라는 조언이 있었습니다. 어둑어둑해진 이후로 호스텔에만 붙어있는 한국 사람들을 뒤로 하고 카메라를 들고 브뤼셀 밤거리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때 본 야경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낮에는 낮대로, 밤은 밤대로 여행지의 느낌은 바뀌는 것 같습니다. 그런 변화를 놓치기엔 너무나 아깝습니다. 어차피 치안을 따지자면 안심하고 돌아다닐 만한 동네는 전세계에 몇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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