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배낭여행

이틀동안 내리 24시간을 지도했다

  인생에 정해진 공식은 없다. 정해진 공식같은 건 없다. 정해진 길은, 방법 같은 것은 없다. 젊기 때문에 아직 세상을 잘 몰라 이런 말을 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미 살아온 세월의 무게가 너무 커져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창이 굳어버린 것은 아닌가요 라는 대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젊은 사람이 좁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반대로 자신과 자기 주변 세상 안에서만 맴돌았기 때문일게다. 어쩌면 언제 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들의 행적에 조금의 불안함은 감추지 못하실 부모님께는 그저 믿고 지켜봐 달라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

  수험생 시절에는 대학 입학이라는 과제가 그날 그날의 모든 하늘 구름에, 골목 어귀에, 그리고 밥 숟가락에까지 붙어 따라다니는 것만 같았다. 아무리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지만 적어도 인생의 70% 정도는 결정짓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은 당연히 대학 입학 문제야 많고 많은 인생 관문 중 하나일 뿐임을 알고 있지만 그때는 그랬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교육 문제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었으니까.

  이틀동안 내리 24시간을 지도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수업은 자정을 코 앞에 두고야 끝이 났다. 집으로 가서 잠만 자고 또 다시 오전 10시부터 23시 30분까지 수업을 했다. 차가 끊겨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와야 했다. 오후 6시부터 학원 로비에 놓인 소파에 앉아 수업이 끝나기를 묵묵히 기다리는 학부모- 흔히 강남 학부모로 대변되는- 들의 놀라운 인내심도 엿볼 수 있었다. 활자를 통해서 접하는 그네들의 모습과 실상을 직접 눈 앞에서 보는 것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봐와서 직접 봐도 별 감흥이 없을 것 같은 파리의 에펠탑도 막상 직접 마주하면 탑의 스케일을 사진들이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탑 바로 아래에는 과거 여의도 광장만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게 된다. 간접적으로 듣고 보는 것과 직접 피부로 느껴보는 것 사이에는 의외로 큰 간극이 있을 때가 많다. 

  밥을 먹는 시간에 맞추어 어느 학부모님은 근처의 유명 일식집에 주문을 해 인원 수만큼 식사를 배달해 주었다. 잠깐 로비에 내려갔더니, 기다리는 학부모들의 수가 더 늘었다. 내가 나중에 학부모가 되면 저렇게는 못한다. 고작 몇 번의 집중지도를 위해 그 많은 수강료를 내고 싶지도 않고(평소에 준비를 했었어야지), 아이를 위해 내 모든 것을 희생할 자신도 없고, 그럴 필요성도 못느끼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런 것들이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아이에게 좋은 것은 더더욱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그래도 부모의 재력을 통해 이렇게 집중적으로 도움을 받는 아이들과 우리 동네 아이들이 똑같이 경쟁을 해야 한다니, 조금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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