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시절에는 대학 입학이라는 과제가 그날 그날의 모든 하늘 구름에, 골목 어귀에, 그리고 밥 숟가락에까지 붙어 따라다니는 것만 같았다. 아무리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지만 적어도 인생의 70% 정도는 결정짓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은 당연히 대학 입학 문제야 많고 많은 인생 관문 중 하나일 뿐임을 알고 있지만 그때는 그랬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교육 문제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었으니까.
이틀동안 내리 24시간을 지도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수업은 자정을 코 앞에 두고야 끝이 났다. 집으로 가서 잠만 자고 또 다시 오전 10시부터 23시 30분까지 수업을 했다. 차가 끊겨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와야 했다. 오후 6시부터 학원 로비에 놓인 소파에 앉아 수업이 끝나기를 묵묵히 기다리는 학부모- 흔히 강남 학부모로 대변되는- 들의 놀라운 인내심도 엿볼 수 있었다. 활자를 통해서 접하는 그네들의 모습과 실상을 직접 눈 앞에서 보는 것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봐와서 직접 봐도 별 감흥이 없을 것 같은 파리의 에펠탑도 막상 직접 마주하면 탑의 스케일을 사진들이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탑 바로 아래에는 과거 여의도 광장만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게 된다. 간접적으로 듣고 보는 것과 직접 피부로 느껴보는 것 사이에는 의외로 큰 간극이 있을 때가 많다.
밥을 먹는 시간에 맞추어 어느 학부모님은 근처의 유명 일식집에 주문을 해 인원 수만큼 식사를 배달해 주었다. 잠깐 로비에 내려갔더니, 기다리는 학부모들의 수가 더 늘었다. 내가 나중에 학부모가 되면 저렇게는 못한다. 고작 몇 번의 집중지도를 위해 그 많은 수강료를 내고 싶지도 않고(평소에 준비를 했었어야지), 아이를 위해 내 모든 것을 희생할 자신도 없고, 그럴 필요성도 못느끼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런 것들이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아이에게 좋은 것은 더더욱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그래도 부모의 재력을 통해 이렇게 집중적으로 도움을 받는 아이들과 우리 동네 아이들이 똑같이 경쟁을 해야 한다니, 조금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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