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사진

[책] 박노아의 포토에세이 - <에코 체임버>

에코 체임버 - 6점
박노아 글.사진/눈빛
  티스토리에서 <사진 숙제 프로젝트>라는 걸 진행하고 있기에 언젠가 그 내용을 훑어보니 '박노아'라는 이름이 들어온다. 작년 봄에 몇 번인가 이 곳에 댓글과 방명록을 남기면서 뉴욕에서 사진을 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말미에 적어 두었던 기억이 난다.
 
  그의 첫 사진집 <에코 체임버>는 짙고 옅은 명암의 매력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237장의 흑백사진과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고, 일련의 작업을 통해 사물과 일상, 그리고 사진에 대한 그의 생각을 가감없이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사진집 말미에 수록된 라이카 카메라를 처음 접했을 때의 회고를 고려해 본다면, 사진집에 실린 모든 사진은 라이카 카메라로 찍은 것으로 여겨진다.

  흑백 사진은 흑과 백이라는 두 색과 그 사이의 수많은 명도에 따른 스펙트럼이 빚어내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컬러 사진을 접할 때 색감이 어떻다는 식의 소모적인 논쟁이 야기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나 흑백사진은 그러한 외적인 면보다는 작가의 의도에 집중하기 쉽다는 면 역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서, 이 사진집에 대해 언급할 때 먼저 시각을 사로잡는 사진 역시 중요하지만, <에코 체임버>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은 단연코 그의 글이라 할 수 있다.

커피

시간은 모든 것을 분해해 버린다.
특히 열은 더욱 그러하다.

커피를 아주 팔팔 끓여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은 그 커피가 얼마나 빨리 식어 버리는지 아는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식어 버린다. 그리고
우리는 결국 찬 커피를 마실 수밖에 없다.

열을 잃은 커피는 버려지거나
다시 몸속으로 들어가 뜨거워진다.

차가운 커피를 볼 때마다 당신의 식어 버린 심장을 기억하라.

  좋은 글이란, 화려한 수사나 기교보다는 읽는 이의 마음 속 표면에 일렁임을 줄 수 있는 단단한 메시지가 있으면 그만 아닌가? 일부 잘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몽상적 성향이 짙은 글(이런 류의 글이 취향에 도저히 맞지 않는 이들은 큰 흥미를 느끼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을 제외한다면 밑줄을 그어두고 싶은 페이지가 곳곳에 있다는 점은 단순한 사진집을 넘어 이 책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드는 매력이라 하겠다.

  사실, 사진집은 어렵다. 어렵다는 말은 여러 의미를 함축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어려움들, 그리고 사회적 차원에서의 어려움들 말이다. 여기서 개인적 차원의 어려움은 또 다시 사진집을 펴내는 작가 자신의 어려움과 사진집을 보는 이의 어려움으로,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금 다양한 성격의 물음표를 달아간다. 사회적 차원에서의 어려움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진집이 어렵다는 말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말인지도 모른다. 특히, 아직 우리나라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예술적 기반이나 일반 대중의 교양 수준이 과거의 그것에서 크게 진보하지 못한 상황에서라면 말이다. 경제의 성장과 사진 광학의 기술적 발전, 그리고 카메라의 보급으로 사진의 양적 성장은 있었으나, 그에 맞는 질적인 성장 역시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런 상황 하에서 한 작가가 다년간 축적해 온 총체적인 노력의 결산인 사진집에 섣불리 개인적인 감상이나 소감을 공론화시키는 것은 무지의 소산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일종의 폭력인지도 모른다.

추가적인 사진과 단상을 보고 싶다면 이곳을 방문해보도록 하자 (컬러 사진도 볼 수 있다).
http://www.noabaak.com/(www.micegr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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