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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

[책] 윤광준의 생활명품

윤광준의 생활명품 - 8점
윤광준 글 사진/을유문화사

  잘 만든 영화가 갖추어야 할 조건이 무엇인지, 영화를 제대로 읽어내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는 이미 본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보고싶은 마음이 드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책도 다시 읽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책이 좋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이라는 것은 그 안에 있는 정보를 명확히 자신의 것으로 삼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글쓴이의 글 자체가 맛깔스러워 두고두고 읽고 싶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후자에 속하는 책으로, 글이 돋보여 다시 집어들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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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광준의 생활명품은 사진가 윤광준이 직접 써본 물건들 중 시간이 흐를수록 그 쓸모와 가치를 더한 것들 60가지를 추려 적어낸 글을 모은 일종의 모음집이랄 수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이런 식으로 주변의 사물, 그리고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소박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많이 있는데, 국내에서는 드물게 물건에 대한 책이 나왔다(사실, 윤광준은 예전에도 물건을 다룬 책을 냈었다). 물론, 단순히 자신의 애장품에 대해 광고글 가까운 과장과 자랑 일색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명품은 우리 사이에서 흔히 통용되는 '명품'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황금만능사회의 끝없는 욕망을 채우는 데 이용되는 각종 상표와는 큰 연관이 없다. 스톡 오르가닉, 스티클리 의자, 코지다운처럼 어지간한 직장인은 엄두도 못 낼 품목도 있지만, 장수막걸리, 황남빵, 코르키처럼 일상 속에서 눈을 크게 뜨고 봐야 그 존재감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물건들도 소개하고 있다. 사실, 명품이라는 말 자체가 물건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의미가 아니던가.

  이제까지 출판된 거의 윤광준의 책을 읽었다. 이건 두고두고 읽어야지-라는 생각에 이미 읽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새 책을 구입해 서가에 꽂아둔 권들도 있다. 처음 접한 책이 어떤 책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사진가가 글도 잘 쓰네- 라는 생각에 다른 저서까지 시선을 옮겨간 것이었다(카메라가 많이 보급되면서 뭣하면 사진과 글을 곁들인 판에 박힌 책들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 안에서 정말 괜찮은 책을 찾기란 힘든 일이다). 애독자나 열렬한 팬까지는 아니더라도, 모 사진가 클럽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윤광준이라는 이름으로 작성된 글을 보고 반가웠던 마음부터 들었음은 물론이다(당연히 그 이름으로 검색해서 나머지 글들도 찾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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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글을 읽다보면, 본의 아니게 그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생각, 심지어는 사생활까지도 알아가게 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실제로 대면한 적은 한 번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어떻게 만났고, 아들은 대강 몇 살인지(그리고 언제 대학에 입학했는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서 몇 년도에 재학을 했고, 군대에는 몇 년도에 다녀왔는지(그리고 아들은 언제 군대에 가서 언제 전역을 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아내와는 어떤 위태로운 순간들이 있었는지까지 말이다. 친한 친구 중 작가 김훈과 김갑수가 있고, 오랜 커피 마니아인 김갑수는 입맛의 충족을 위해 온갖 시도와 실험을 다 해보았다는 사실, 그리고 언제나 책 서두의 작가 소개란에 자전거 이야기를 적어두는 김훈과 함께 사이클을 즐겼다는 이야기까지 덤으로 얻었다.

  물론 이 책에서도 시시콜콜한 그의 취향과 주변인들과의 솔직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신변잡기가 글의 매력적인 요소인지 아닌지는 개개인의 문제이지만, 애초 주변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인 이상, 좀처럼 책장을 넘기기가 힘든 따분한 글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가치를 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진가가 글까지 잘쓴다는 느낌은 비단 나만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문화일보와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오랜 시간 일했고 지금은 중앙북스 기획위원으로 있는 조우석 역시 그의 글에 대해 칭찬의 글을 남겼던 적이 있었다.

윤광준은 이미 글솜씨도 호가 나 있다. (중략) 그가 만일 신문기자를 했더라면 여럿 다칠 뻔했다. 나를 포함해 밥숟가락 내려놓아야 했을 이들이 수두룩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가 쓴 아무 글 한 꼭지만 챙겨보시라. - 조우석

  그의 생각과 가치관, 취향에 완전히 공감하는 것은 아니고, 때로는 반박하고 싶은 면이 있기도 하지만, 매력적인 60가지 글의 모음집이라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 시간을 때우고 싶을 때 보면 술술 책장을 넘기고 있을, 그리고 주변의 물건 하나하나에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고 애정을 쏟아줄 수도 있구나, 하는 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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