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배낭여행

리더스 다이제스트

  2005년 기준, 일 년에 4만 6천권이 넘는 책이 출판되었다고 한다. 이 많은 책들 속에서 양서를 추려낼 줄 안다는 것 또한 하나의 능력이고 남들과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을 위해 양서의 엑기스만을 추려내 한 권의 책을 통해 다양한 책의 진면목만을 습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주변 사람들은 무모한 짓이라고 비관적인 견해만을 내놓았지만 현재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21개 언어로 50개 국제판을 발행하고 있다.

  우리말과 글로서의 '국어교육(Korean Language Education)', 그리고 외국어로서의 '영어교육(English Language Education)'을 공부할 때, 두 분야가 완벽하게 맞물려 떨어지지 않는 면들이 있어 갈팡질팡하게 만들 때가 있다. 어학을 위한 어학 교육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지, 언어를 수단으로 간주하고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전제된 채로 수업을 듣곤 한다. 더군다나 각 학과 교수님의 교육에 대한 의견이 서로 배치되는 경우까지 있다.

道吾善者면 是吾賊이요 道吾惡者면 是吾師니라.
(내가 옳다고만 말하는 자는 나의 도적이요,
내가 나쁘다고 말한 자는 나의 스승이라.)

  인간만사를 풀이하고 있는 글과 언어를 배우기 위한 어학 교재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A : Are you being served, sir?
B: Why, no. I am after a shirt.
A : You are in the right place, sir.
     Is there a colour or style that you are looking for?
B : Well.... I'm going to a wedding next week and
     need to find something sutable for the occasion.
     Do you have this in size medium?
(A : 손님, 누가 도와드리고 있나요?
B : 아, 예. 셔츠를 사려고 하는데요.
A : 그렇다면 제대로 오셨어요. 색상이나 스타일 뭐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세요?
B : 음... 다음 주에 결혼식이 있는데, 거기 입고 갈 만한 게 필요해서요.
     이걸로 M 사이즈 있나요?)

  '道吾善者면 是吾賊이요 道吾惡者면 是吾師니라.'는 문구와 'Are you being served, sir?', 다시 말하면, 인간사의 원리를 천명하는 교과 내용과 "나는 내가 입을 셔츠를 찾고 있어요."의 차이는 크다. 어학과 별개로 그것에 담겨 있는 내용의 질적 차이는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우리말로 풀이했더니 초등학교 교과서에나 실릴 법한 수준의 문장이 나열된다. 영어 원문은 시중 토익 교재 중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교재에서 발췌했다. '포브스'의 회장은 자신의 어린 시절 '구사할 줄 아는 언어가 많을 수록 그 사람의 가치는 높아진다.'는 헝가리 속담을 인용하여 영어를 배울 필요성을 강조한 아버지 덕택에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노라고 회고했다. 외국어 학습의 필요성을 상기시키는 일화다.

  하지만, 대학원의 석·박사, 혹은 그 이후의 Post과정을 제하면, 지식 수준에 있어서 최고의 정점에 있어야 할 대학생(Undergraduate Student)이 밤낮 오가는 지하철 혹은 도서관에서 고작 "손님, 어떤 물건을 찾고 계신가요?"라거나 "안녕, 톰, 어제 본 영화는 재미있었니?"따위 수준의 영문을 들여다보는 것도 꽤나 심각한 문제는 아닌가. 진중한 문제의식 그리고 본 전공에 대한 깊은 사유가 없다면, 경제와 황금 만능 주의가 판치는 현 세태에 대한 개탄은 고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에 대한 균형잡힌 조감은 과연 가능할까. 어쩌면 영어와 영어학습에 미쳐 모든 대학생을 토익 점수의 굴레에 휘감아놓는 현상은 전국가적인 손실을 야기하고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2년 전에 받아둔 토익 점수의 유효기간이 끝나 저번에 토익 시험에 다시 응시했다. L/C와 R/C에서 각각 5개가량을 틀렸다. 930점 정도 되려나. 지난 2년 내내 따로 토익 공부를 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럭저럭은 봐줄만한 점수라고 해야 하는지, 국어와 영어를 전공하는 학생치고는 모자란 점수인 것 같아 생각이 복잡해진다. 하지만 시험을 위한 공부는 내키지가 않는다. 2003년에 강남의 중고등학교 영어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 기간 중 단체로 토익 시험을 치르도록 했더니 토익 평균이 600점을 간신히 넘었다던 기사 내용이 떠올랐다. 시험장에서 답안지에 마킹하는 순간에도 시험에 집중을 못하고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느라 포인트를 놓칠 뻔했다.

  버터구이 오징어는 혼자 먹을 때보다 같이 먹는 사람이 있을 때 훨씬 더 맛있다.

  어째 이번 포스팅은 거진 다 뜬구름 잡는 낙서에 불과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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