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일정한 분량의 영어 단어를 외우고, 수업이 끝나면 스터디 모임에 참여해서 토익 문제를 풀어보고 오답노트를 작성한다. 집으로 돌아가서는 그날그날의 과제를 마무리하고 인터넷을 하다가 훌쩍 늦은 새벽에 컴퓨터를 끄고 잠자리에 든다. 혹은 무작정 자격증이나 공모전에 몰두하느라 시간을 보낸다. 여자친구/남자친구 만들 궁리 하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다 지나있다. 당구장과 PC방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시간을 흘려보낸다. 술과 담배로 시간을 허공으로 날려보낸다.
이 시대를 사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이렇게 시간을 채워가지는 않을까. 아니다. 아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공무원 시험 대비 강의를 수강하고 독서실에 파묻혀 지내거나 고시원에 숙식하며 막연히 고시공부에 매달리는 인원도 상당수 있을 게다. 당연히 그들은 막연히 술을 퍼마시거나 도서관에서 이 책 저 책 들춰가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과 스스로를 대조해보며 자신은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꼭 그 말이 맞는 걸까. 영어 단어 몇 개 더 외우고 지엽적인 공무원 시험 문제 몇 개 더 암기하는 게 그렇게나 중요한 일일까.
한국 사회를 가리켜 '소용돌이형 사회(vortex society)'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있다. 소용돌이 모양처럼 일체 구성원이 사회의 중심을 향해서 발버둥치며 진출하려고 한다는 뜻이다. 신분 상승의 욕망이야 없는 사회가 없겠지만, 그 욕망을 억제하는 법률적, 도덕적 장치가 부재한 것이 바로 '소용돌이형 사회'의 특징이라는 논리다. 한국인라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회적 합의는 미약하고 최후의 안전망도 공동체가 아닌 개인인 상황에서, 인생의 매 단계마다 내려야 하는 선택은 불안할 뿐이다. 취업이나 고시부터 시작해, 맞벌이를 계속해야 하는지 마는지, 조기유학이 과연 좋은지 아닌지, 마이너스통장 붙들고 재테크를 고민한다. 불안한 이유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기준이 없으면 쏠림현상만 심해진다.
아, 나도 뭔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전공 서적을 읽다가 새벽 1시 40분에 왜 이런 글을 적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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