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배낭여행

간절함

초조하다. 천상 힘든 일이 있으면 누구한테 제대로 털어놓지 못하는 성격인가보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겠지만 나역시 여자'친구', '여자'친구, 누나들한테는 웃는낯으로 좋은 이야기, 좋은 소식만 언급할 뿐이고 걱정이나, 힘든 일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내보이지 않는다.

힘들 때 먼저 생각나는 건, 첫째는 2005년 이후의 지난 시간들이고 그 다음은 그동안 알고 지냈던 형들이다. 싫은 소리를 해서라도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꺼리들'을 안겨주거나, 이끌어주는, 하다못해 종종 학교 앞까지 찾아가 밥이라도 사주는 형이 있는 내 동생이 가끔은 무척이나 부러웠다. 난 형이 없으니까.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다. (어렴풋이) 언제나 내 정신의 성숙도보다 육체가 나잇살을 하나씩 집어삼키는 시간이 더 빠른 것 같다. 아직도 나는 이렇게 마냥 애같은데 한 달 후면 벌써 24살이라니.

내가 놓인 환경도, 내게 주어진 상황도, 결국 혼자 헤쳐나가야 한다. 차라리 수능시험 공부를 하던 때가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정답이 있으니까. 수학도, 영어도, 탐구과목도 결국 모든 문제는 몇 분내에 답을 도출해낼 수 있다. 작년 현대소설선독 시간에 교수님이 걱정거리나 고민이 있을 때면 고등학교 때 보던 수학의 정석책을 꺼내들고 한 시간동안 아무 단원이나 펼쳐 문제를 푼다고 웃으면서 이야기하셨다. 정답이 있으니까. 지금은 그게 어떤 심정인지 알 것만 같다.

들리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다. 무슨 말인지. 어떤 의미인지. 내 게으름 때문인가. 귀가 열리지 않아서인가. 어쩌면 마음이 열리지 않아서인가.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주변부를, 그 둘레만을 맴돌고 있다. 손이 닿지를 않는다. 지금의 내 모습으로는 손을 댈 수가 없다. 마르고 있다. 금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열정이라는 이름의 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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