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작은 크기의 에스프레소 한 잔과 빵 한 조각에 만 원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이 일상화된 이들이 있다는 것이 갑작스레 이질감으로 다가온다. 마트가 열리는 시간을 기다려 0.6유로짜리 빵을 사 온 가족이 둘러앉아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게다. 한국에서도 노숙자 문제가 여러모로 불거지고 있지만 유럽에서처럼 부자와 빈자의 차이를 가시적으로 명확히 '한 화면'에 동시에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바르세유 광장을 들렀다. 방돔 광장과 비슷했다. 왜 굳이 가이드북에 정보를 싣지 않았는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볼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생 미쉘 먹자 골목의 노천카페에서 메뉴를 시켰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치킨 샐러드,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육질의 스테이크, 마지막 후식으로는 달콤한 초콜릿무스를 주문했다. 초콜릿무스의 진한 초콜릿 질감이 풍부했다.
왼쪽 테이블엔 미국에서 온 부녀가 여행과 삶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있었고, 나무에서 테이블로 갑작스레 떨어진 나무열매에 놀라 웃음 터뜨리는 프랑스인 부부가 오른쪽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거리의 악사는 기타를 치며 우리가 자리잡은 레스토랑 근처를 돌며 노래를 불렀다. 누군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돈을 쥐어주었다. 덕분에 우리는 식사 하는 내내 이름 모를 악사의 음악을 들으며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따뜻한 풍경이고 이 또한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리워질 것이 분명한 풍경이다.
오후 내내 파리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지인들에게 줄 선물과 엽서를 구입했다. 선물은 많이 사지 못했지만, 엽서는 나름대로 충분히 구입했다. 셀원들을 위한 엽서, 이런저런 친구들과 생각나는 사람들을 위한 엽서를 골랐다.
포름데알 근처에 있는 Flunch에서 저녁을 먹었다. 꽤나 저렴한 가격에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우린 이 가게를 프랑스 떠나기 직전에야 알았다. 정말 푸짐한 양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고, 포름데알 입구 근처 정말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었는데 왜 이제야 알았는지 의문이다.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눈 앞에서 그릴에 스테이크를 구워주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스테이크에 곁들여주는 밥과 감자튀김, 으깬 감자, 그리고 파스타가 무제한 리필이 되는 곳이었다. 우린 정말 프랑스에서 맞는 마지막 저녁 만찬을 푸짐하게 즐겼다. 적당히 삶은 파스타 씹는 맛이 입안에 계속 감돈다.
멀쩡한 분수대에서 갑자기 거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었기에 관광객들과 호기심 넘치는 현지인들이 주변에 가득 모였다. 이게 뭐야? 하면서 주위에 서서 사진만 간간이 찍던 사람들은 급기야 거품을 주워들고 서로에게 던지며 놀기 시작했다-_- 난 이게 무슨 오염물질은 아닌가 하는
이게 뭔지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분위기에 휩쓸려 만지고 놀았다가, 내일 아침 르몽드에
'충격! 화학물질덩어리가 파리 도심 분수대로 흘러넘치다!'
뭐 이런 뉴스가 등장해 이 물질을 만진 사람들과 함께 경찰과 비밀 연구요원들의
저녁을 먹은 후 저녁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면서 생튜스타슈 성당 앞 공원에 앉아있었다. 산책나온 개들이 한데 뭉쳐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분수대 물 속까지 아랑곳 않고 뛰어다니는 통에 물이 많이 튀었다. 주저없이 내 무릎에 앉아있다가 주인이 던진 공을 가지러 훌쩍 뛰어가버리기도 한다. 뭐,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배설물 치우는 일만 제외한다면, 개를 키운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
밤이 내려앉고 있다. 오늘은, 파리에서 맞는 마지막 밤이다. 지난 한 달 간의 여행이 이제는 정말 끝나는 것이었다. 영국, 벨기에,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에 걸친 그간의 여행들이 스쳐지나갔다.
내일 오후 4시 에어프랑스를 타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이동한다음, 바로 아시아나 항공편을 통해 토요일 낮 12시 10분 경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이제 정말 한국으로 돌아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때까지는 정말, 토요일이면 한국 공기를 들이마쉬고 있을 줄 알았다. 인생이란 정말, 내 눈앞에 어떤 일이 놓여있을지도 미리 알 수는 없는 법이다.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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