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배낭여행

파리, 노트르담 성당과 도시 이야기 - 2007.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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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세 미술관. 과거에는 기차역이었다고 한다. 1848년부터 1914년까지의 미술사를 볼 수 있는 곳. 우
  린 줄이 너무 길어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9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베이커리의 줄은 길기만 하다. 나는 하루 이틀 새에 파리에서의 생활이 편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현지인 사이에서는 낯선 동양인 한 명이 같이 줄을 서 있는 것이 신기한가보다. 힐끔힐끔 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웃으면서 인사해준다. 팽 오 쇼콜라(패스트리의 한 종류로 속에 초콜릿이 들어있다) 두 덩어리를 샀다. 오늘은 간단한 불어를 숙지해가서 주문시 손짓 없이 말로만 의사전달하는 데에 성공했다. 동생은 전에 사둔 빵 남은 것으로 아침을 해결하겠다고 해서 내가 먹을 것들만 사왔다. 이제 파리에서 머무를 날짜가 몇 일 남지도 않았는데 한국에서 가져온 치약을 다 써버려 치약도 하나 샀다.

  "넌 한국에서도 양치 잘 하지도 않으면서, 몇 일만 참아봐~ㅋㅋㅋ"

  라고 동생을 구슬려보기도 했지만-_- 먹히지 않았다. 맞다. 사람은 꼭 집에서 안하던 행동을 밖에서는 하기 나름이다. 집에서는 잘 씻지도 않는데 동아리에서 엠티를 간다거나 수련회같은 곳에 가면 유난히 잘 씻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곤 하지 않는가. 이 부분도 동생이 보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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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거나 우린 프랑스 치약을 하나 샀다. 개강 후 학교에 점심식사 후 양치용으로 가지고 다니면서 아
  직도 사용하고 있다. 사진은 방금 익서스70으로 찍었다>

  그런데 아침 요기를 하는데 요전날 사두었던 빵의 개수가 달랐다. 길쭉한 버터빵은 5개를 남겨두었는데 봉지에 남은 갯수는 3개가 남았고, 마들렌의 수도 줄어들어있었다. 청소하는 여자가 우리가 모를 줄 알고 몇 개씩 집어먹었나보다. 순간, 기분이 매우 안좋아졌다. 로제와인에 살짝 눈금표시를 해두었다. 미끼다. 와인에도 손을 댄다면 그때는 리셉션에 따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오르세에 도착했더니 줄이 너무 길어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오기로 하고 소르본 대학으로 향했다. 소르본 대학을 찾아가던 중 본의 아니게 소르본 대학의 다음 목적지였던 팡테온이 먼저 나타나 사진을 찍고 소르본 대학 건물을 봤다. 내부 입장은 통제되고 있어서 소르본 대학 학생식당 밥을 먹어보자 했던 소박한 소망은 사그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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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팡테온. 원래 루이 15세가 파리의 중심교회로 삼기 위해 세웠었다. 지금은 위인들의 납골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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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편에 보이는 건물이 통째로 파리 대학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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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르본. 지금은 파리 제4대학이 되었다. 1257년 설립된 소르본 대학은 처음에는 신학만 강의했던 곳이
  었다. 후에 미국의 하버드나 예일 역시 처음에는 신학을 위한 대학으로 출발했다>

  뤽상부르 공원 근처 먹자골목에 일식집이 줄줄이 있던 곳에서 우동 세트 메뉴를 시켰다.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려 우리 앞에 놓여진 우동 국물 맛이 진해서 좋았다. 고기 맛이 진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왠지 런던의 왕케이에서 맛 본 중국식 면요리 맛이 느껴지는 듯 했다. 같은 조미료를 써서 육수를 내는건지 유럽으로 넘어오면서 일본식도 중국식도 아닌 국적불명의 음식이 되어버린건지 잘 모르겠다. 다음엔 중국과 일본으로 본격적인 식도락 기행을 다녀와 직접 본토의 음식 맛을 충분히 느껴봐야 이렇다 저렇다 왈가왈부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의 일식집에서 먹던 우동 맛과는 달랐다는 점이다. 각기 장단점이 있겠지만 나는 이곳의 고기 맛이 진한 국물이 마음에 들었다.

  근처 쇼콜라 가게에서는 초콜릿에 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뤽상부르 공원은 최고였다. 언제고 꼭 다시오고 싶다. 많은 만발한 꽃들, 의자와 벤치, 여유로움이 가득한 곳. 가족 단위로 많이 놀러오는 곳 같다. 아이들이 보트를 물에 띄우고 모트 조정용 막대를 들고 자신의 보트를 따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 마음이 편해진다. 비치용 의자에 편히 누워 여유로움 중의 여유로움 속에 푹 빠졌다.

  문요한의 <굿바이 게으름>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늘 바쁘고 부지런하게 사는 듯해도 삶의 초점, 즉 방향성이 없다면,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없다면 그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라고. 맞는 말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목표없이 우왕좌왕 남들에게 휩쓸리듯 살아간다면 그 사람은 시간을 무의미하게 허비하고 있는 일일게다. 꼭 빈둥거리는 것만이 게으른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방향성 없이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중요한 일은 뒤로한 채 사소한 일에 매달리고, 늘 바빠 보이지만 정작 실속은 없다면, 당신은 게으르다.

  하지만 게으름을 능동적으로 선택했다면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여유이다. 결국 게으름은 마지못해 선택했거나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선택의 회피, 시작의 지연, 약속 어기기, 딴짓 하기, 꾸물거리기, 막판에 서두르기, 순간적인 만족에 매달리기 등, 게으름의 양상은 다양해도 핵심은 동일하다. 그날 뤽상부르 공원에서 우린 '여유' 속에 푹 빠져 있었다.

  좌우 양 옆 비치용 의자에 일광욕 하는 여자들이 비치용 수영복이나 다름없는 복장으로 누워있다. 언제온건지는 모르겠다. 햇볕이 따가워 선글라스를 쓰고 누워 꼬마들이 호숫가를 뛰어다니고 보트를 들고 아우성치는 모습에 푹빠져있다가 고개를 잠깐 돌렸더니……. 짧은 옷이라도 걸치고 있어줘 감사감사다. 그렇지 않았다면 괜한 민망함에 내가 자리를 일어나야 했을 것 같다.

  솔직히 처음 런던에서 일광욕 족을 직접 봤을 때는 정말 헉~! 이었다. 사실, 3주가 넘도록 유럽에 머무르면서 조금만 햇살이 비치면 옷을 홀랑 벗고(심지어 하체에 입은 속옷까지!) 자연인-_-이 되어 일광욕을 즐기는 여자들을 도처에서 본터라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현지인들은 그런 장면을 코 앞에서 봐도 아무렇지도 않게 제각각 갈길을 가는 분위기였고, 짧은 시간 내에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진 내가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놀랍다.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여자들이 코 앞에 있어도 심드렁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나라니.

  니콘 카메라 스트랩을 맨 아저씨가 내 카메라를 유심히 보며 지나갔다. 이봐 나도 니콘이라구.

  이곳은 정말 여유로움이 물씬 느껴지는 곳이다. 파리의 마지막 날 오전을 이곳에서 보내기로 했다. 그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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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족들이 오래전부터 산책을 즐겼던 뤽상부르 공원. 위의 뤽상부르 궁전은 루이 13세가 지은 것이다>

  다음은 생 미첼 성당이었는데 5유로 정도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했다. 거대한 스테인드 글라스는 장관이었지만 단지 그걸 위해 5유로씩이나 지불해야 할 가치가 있느냐 하는 데에는 의문이다. 동생은 내내 투덜거렸다. 방명록에 한글로 우리의 메시지를 남기고 사진을 찍었다.

  노트르담 성당은 정말 장관이었다. 종종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언뜻 언뜻 봐온 성당 앞에 운집해 있는 사람들의 수도 그렇고 건물의 스케일이나 건축양식 자체도 볼거리였다. 생 미첼의 스테인드 글라스나 노트르담의 그것이나 잘 모르는 이에게는 별반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듯 싶다. 정말 친한 이가 생 미첼에 갈까 말까 하는 고민을 한다면 주저없이 노트르담만 가보라고 할테다.

  그동안 다양한 성당들을 방문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상업화다. 종교적인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상업화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리고 유럽은 종교적 의미가 다분한 유적지가 매우 많기 때문에 기독교인, 천주교인이 아닌 사람들은 성경을 충분히 공부하고 와야 각 유적지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하다못해 돌조각 하나에도 성서를 알지 못하면 캐치하지 못했을 메시지가 담겨있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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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세기에 걸친 공사 끝에 완성된 고딕양식의 노틀담 성당. 정문의 부조나 종탑 둘레는 밀라노 두우모를
  잠시나마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성당 정면과 뒷면, 그리고 각각의 양단면이 각기 보는 시점에 따라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한바퀴 휭 돌아보는 것이 면면이 조감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노트르담을 둘러 본 후에는 어제 날씨가 좋지 않았던 것이 아쉬워 에펠탑에 다시 갔다. 구름이 많아 아쉬웠지만 어제보다는 사진이 훨씬 잘나왔다. 이제는 루브르 리볼리 역에서 밖으로 나오면 '우리 동네, 우리집'이라는 느낌이 들정도로 마음이 편해진다. 저녁으로 집근처 노천카페에서 18유로 메뉴를 시켰다. 양파 수프에 치즈먹인 바게뜨 한조각이 있었고, 바구니에 담겨 나온 빵도 수프에 찍어 먹었다. 메인은 미디움 스테이크와 스파게티,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만족스러웠다. 동생은 전채 요리가 내 수프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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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중충한 날씨에 찍은 어제의 에펠탑과 비교된다>

  11시~11시 10분까지 켜는 나트륨 투광기가 에펠탑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선사해주었다. 이곳 사람들도 저녁 9시가 넘어서야 주로 먹는 것 같다. 9시가 넘어 10시 정도면 온 동네 곳곳에서 칼질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12시가 다되도록 파리 시내의 노천카페에서는 여전히 커피나 맥주 한 잔씩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식사시간이면 온동네 베이커리엔 막 구워낸 빵을 사기 위한 줄이 길다. 꽤 뒤에서 걸어오는 데도 열린 문을 잡고 기다려 준다. "메르시-"(고맙습니다)

  파리에 와서 만든 카르트 오랑주가 정말 편리하다. 버스기사에게는 그냥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보여주기만 하는 것으로 끝이다. 12시가 되도록 에펠탑 근처 잔디밭에 앉아 먹고 즐기는 이들이 정말 많다.

  이지유럽에서는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막상 현지에 가면 알만한 곳(체인점이나 대로변에 있는)을 가볼만한 식당 코너에 실은 경우가 많아 식도락가의 입맛을 충족시켜주지는 못할 듯 싶다. 이곳저곳 오랜기간을 두고 식당을 둘러보지는 않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부문에서 론리플래닛과 대조적인 면을 볼 수 있다. 직접 현지에 두 개의 가이드북을 들고 와보면 느낄 수 있다. 이지유럽에서 파리의 가볼만한 음식점을 소개한 것 대부분의 가게가 체인점이다. 이건 여행객을 우롱하는 처사다. 이건 마치, 외국인에게 서울 신촌에 가면 T.G.I에 가서 스테이크를 먹을 만하다고 추천하는 꼴이나 다른 게 없다. 나는 정확한 계량과 수치로 규격화된 맛을 보여주는 체인점보다는 그곳,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집을 원한다. 체인점은 그 도시에 있는 어느 곳을 가도 동일한 맛으로 통일되어 있어 일부러 찾아가 먹는 맛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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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 샤펠. 예수 그리스도의 가시면류관과 십자가 조각 보관을 위한 목적으로 지어진 성당이다. 여기 스
  테인드 글라스가 그렇게 좋다기에 입장했지만 난 그저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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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 샤펠 성당에서 나오는 길에 있는 최고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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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굉장한 곡예를 보여주는 자전거 보이. 동생은 이 자전거 가이와 함께 사진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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