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들이 많이 몰려 있는 빵집에 들어가 덩달아 줄을 섰다. 부드럽게 굴러가는 프랑스어가 들려온다. 당연히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다. 무슨 빵을 달라고 이야기하고 가격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기는 하다. 맥락context을 통해 상황파악은 되지만 이 알아듣지 못함에서 비롯되는 답답함. 여행을 하다보면 각 국 언어에 대한 배움의 욕구가 치솟는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다. 불어에 대한 관심은 눈꼽만큼도 없던 내가 빵을 사러 줄을 섰을 때만큼은 프랑스어 공부를 했었어야 했는데 하는 마음이 불타올랐었으니까.
달콤한 컵 케이크 두 조각을 후식으로, 그리고 주식으로는 바게트를 샀다. 한국의 파리 뭐시기, 크라운 뭐시기들처럼 규격화되고 통일된 레시피로 만든 바게트가 아니라 집집마다 제빵사 자신의 노하우로 구운 세상에서 하나뿐인 빵과 케이크라 더 정이 간다. 예쁘게 생긴 빵들을 두고 괜히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고 직원은 귀찮아하지 않고 이야기해주었다. 음.. 당연히 질문은 영어로 던졌고, 답변은 프랑스어로 들었다. -_- 서로가 주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데서 오는 간극 때문에 간단한 질문 답변을 주고 받는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은 짓고 있었지만 하나도 못알아 들었음-_-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정도에 기죽지 않는 나는 쾌활하게 '메-씨'(론리플래닛에서는 '메르시'로 발음을 적어두고 있으나 내가 듣기에는 '메-씨'에 가깝다. '르'가 묵음에 가깝다. 물론 아예 증발해버리는 것은 아니고 미묘하게 들리기는 한다. 자세한 설명은 이 이상 할 수 없다. 직접 들어보는 것이 제일)를 외치며 여느 프랑스인들처럼 바게트 담은 종이봉투를 가슴에 안고 밖으로 나왔다.
사실, 계산을 하고 빵과 조각 케익을 담은 봉투를 받아들고 뒤돌아섰을때 내가 빵집에 들어섰을 때보다 훨씬 길게 줄이 이어져있어 미안한 마음이 문득 들었다. 앗, 무지 뻔뻔하고 뺀질대는 성격을 자랑하는 나도 창피하다-고 느낄새 눈을 마주친 사람들이 도리어 낯선 동양인에게 봉쥬르- 인사를 먼저 해준다. 몇 종류 얹혀진 과일 위에 살구 시럽이 발라져 있어 윤기가 흐르던 달콤한 조각케익만큼이나 마음이 포근한 아침이었다.
프랑스어를 전혀 못하는 이방인의 꼬치꼬치 묻는 질문에 차근차근 대답해주던 빵집 사람들도(내가 알아듣건 못알아듣건), 아침이면 가슴 가득 바게트를 안고 집으로 향하는 아저씨, 자전거 앞 주머니에 바게트 너댓개를 넣고 페달을 밟는 아주머니가 만들어내는 정경도 왠지 따뜻하다. 그래 내가 여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풍경 속에 푹 빠진 한 명의 구성요소가 되고픈 것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체인점 형식의 몇 몇 유명 제과가 제과 시장을 모두 장악해 동네 빵집은 자신의 고유 브랜드 차별화에 성공한 몇 곳 외에는 문을 닫는 추세다. 장사가 잘 안되니 만든지 오래된 빵을 팔아 벌레가 나온다거나 맛이 변한 경우도 부지기수라 소비자 사이에도 유명 체인점이 아니면 꺼려하는 분위기가 은연중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빵을 사고파는 통에 아침에 진열대에서 봐둔 빵이니 조각케익이니 하는 것들이 저녁에는 누가 사가고 없는 경우가 많고 그 다음날이면 그 전날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조각케잌과 빵을 만들기 때문에 그 모양새를 매일 아침 구경하는 맛도 쏠쏠하다.
오늘은 카르트 오랑주(Carte Orange 오렌지 카드; 해당기간동안 지하철, 버스, RER을 무제한 사용가능한 탑승권)를 만들기 위해 루브르 역에 갔는데 티켓 창구가 없어 인포메이션 센터로 갔다. 그런데 인포 직원이 자꾸만 불어로 뭐라뭐라 한다. 불어를 할 줄 모르니 영어로 말해달라고 영어로, 그리고 불어로도 재차 요구해봤지만 계속해서 불어로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에라- 루브르 메트로 인포메이션 센터는 프랑스어 가능자만을 위한 곳인가- 라고 (속으로-.-)외치며 샤틀렛 역까지 걸어가 카르트 오랑주를 만들었다. 20.16유로였고 1-3존으로 했다.
지고 다녀야 한다. Nom에는 성, Prenom에는 이름을 적고, Carte N에는 증명서의 고유번호(위의 예에서
는 765598)를 적어둔다. 그렇지 않으면 표 검사원의 검문시 몇 배의 벌금을 물어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론리플래닛과 이지유럽에는 카르트 오랑주를 만들라고만 되어 있지 이런 설명이 전혀 없다. 프랑스어
할 줄 모르면 조금 헤맬지도 모른다. 아참, 매표소 옆 구간에서 돈 내고 즉석사진 새로 찍을 생각이 없
다면 증명사진도 두 장 미리 챙겨가는 것이 좋다>
먼저 라 데팡스로 가 신개선문을 봤다. 멋지지만 현대적인 건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예술적인 디자인과 건축 감각만큼은 부러울 뿐이었다. 라 데팡스 신 시가지는 파리의 더러운 시가지 이미지를 씻어내기에 충분하지만 서울 테헤란로에서도 볼 수 있는 고층빌딩 숲과 일정부분 비슷한 느낌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 큰 감흥은 없었다. 처음 루브르 궁정과 베르사유에 입장했을 때 받았던 느낌만 못했다.
으로 세워졌다. 이 곳 계단 위에 올라가면 저 멀리 개선문이 보인다>
메트로를 타고 콩코드 역에 내린 후 버스를 타고 개선문 앞에 내렸다. 게임 C&C와 레드얼럿2 동영상으로만 봐왔던-_- 개선문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개선문 근처와 샹젤리제 거리.
다시 버스를 타고 샤이요 궁에서 핫도그와 초콜릿을 듬뿍 바른 크레페, 소다 음료로 요기를 했다. 파리에 도착한 다음 날에도 먹어봤지만 크레페를 주문하고 그 속 재료를 고르면 능숙한 솜씨로 얇게 돌판 위에 반죽을 펴 구워가며 속을 채워주는데 그 과정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고 맛도 훌륭하다. 동생은 치즈와 고기로 속을 가득 채운 크레페를 주식으로 먹길 좋아하는 반면, 나는 치즈를 채운 크레페는 느끼해서 별로고(한번이야 먹지만 두번 먹기는 부담스럽다고나할까) 후식으로 초콜릿과 바나나를 채운 달콤한 크레페가 좋다.
오늘은 날씨가 내내 흐려서 사진이 예쁘게 나오질 않는다. 더욱이 D80이 예전에 쓰던 카메라들과는 달리 아무렇게나 막 찍어도 잘 나온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녀석이라 더욱 다루기가 힘들다(카메라 관용도가 높지 않고 민감하게 조작해야 하는 편이라는 느낌이다). 에펠탑을 가까이에서 봤을 때 먼저 그 크기에 놀랐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컸다. 에펠탑 위로 올라가는 줄은 지나치게 길었다. 에펠탑 다리 4개 밑 공간이 여의도 광장만하다고 하면 좀 심한 과장이지만-_- 어찌되었든 여의도 광장을 들먹일만큼 정말 크다.
마들렌 사원 성당 안을 구경하고 메트로 14호선을 타고 포름 데알로 이동했다. 우리가 숙박하는 호텔이 있는 곳이다. 외관은 공원같지만 지하로 겹겹이 쇼핑몰이 구축되어 있는 특이한 곳이다. 슈퍼에 들러 쥬스와 요구르트, 각종 과일 그리고 로제 와인 한 병을 샀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와인 값이 매우 저렴해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부러운 풍경이 될 듯 싶다. 가격이 싼 것 뿐만 아니라 도처에서 쉽게 와인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이라 그 접근성도 무척 높다. 난 이곳에서 쥬스도 원없이 마시고 있다. 쥬스 값도 무척 저렴해 매일매일 가득 가져다 놓고 마음껏 마시곤 한다.
이름을 딴 곳이다. 한국에서도 대통령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건립할 시기가 오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파
리의 공항은 샤를 드골 공항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지금 당장 그런 미술관과 공항을 세운다면 노무현 센
터와 노무현 공항? 음..>
거리의 까페나 바, 펍에서는 아침 저녁으로 쉽게 이야기를 하고,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만큼 담소를 나누는 문화가 잘 발달할 것 같다. 내가 지나쳐온 유럽은 어딜가도 이랬다. 그런데 이런 한낮에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이들의 직업은 대체 뭘까. 무슨 일을 하길래 매일같이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들렌 성당 입구에서 구걸하던 유색인, 라 데팡스의 거지들이 떠올랐다. 칭얼대는 아이를 안고 달래며 다른 한 손으로는 종이컵을 내미는 여자. 걸레같은 옷을 입고 여기저기 잠든 청년들. 그 옆으로 지나가는 푸조, BMW, 페라리, 벤츠. 유럽 어느 나라에 가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잠깐 쉬다가 이지유럽에 나온 일식집에 가보려 했는데 갑자기 비가 폭우처럼 쏟아진다. 프랑스에서 처음 접하는 폭우다. 20분 후 이 폭우도 감쪽같이 그친다. 이지유럽에 나온 중국식 부페를 찾아갔으나 찾을 수 없었다. 한창 공사중인 자리가 그 음식점이 있던 자리 같았다. 라파예트 백화점 뒷골목의 스시 와사비 집으로 갔다. 가이드북에 소개된 것보다 가격이 올랐다. 딤섬 0.65. 개인적으로 어느 부페, 혹은 빕스나 씨즐러같은 샐러드 바에 가도 꼭 몇 개씩 챙겨먹는 음식이 딤섬이다. 춘권이라고도 부르는 그 맛있는 동양식 롤.
앗, 그런데 이렇게 맛있는 딤섬은 처음이다. 한국에서도 제대로 된 식당을 일부러 찾아가면 이 맛을 꼭 다시 맛볼 수 있겠지? 애써 위로하며 다음 음식을 집어들었다. 7유로에 꼬치 요리 4가지를 골라 밥과 된장국을 받아들고 2층 테이블에서 먹었다. 이곳은 신기하게도(한국에서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물을 공짜로 준다. 맛도 좋았고 현지인들도 많이들 찾는 눈치였지만 가이드북에 소개된 집이라 그런지 유난히 한국인이 많아 그 점에서는 별로였다. 난 분명히 프랑스 파리, 그것도 라파예트 백화점이 바로 옆에 보이는 창가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어디선가 경상도 사투리가 들려온다. 유럽에서 유독 경상도 사투리를 많이 듣는다. 밥알이 끈기가 없어 제각각 흩어진다.
아무래도 이지유럽에 소개된 가게보다는 론리플래닛에서 소개하는 가게들의 만족도가 높다. 그리고,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유럽에 온 이후로 자꾸만 빈부격차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라파예트 백화점을 휭- 둘러보니 더욱 그렇다. 결국 자기자신이 원인일까. 부에 대한 원인. 사회냐 개인이냐, 국가냐. 논술 시험을 위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기위해 읽었던 몇 권의 책 제목이 떠오른다. 다분히 필연적인 결과인가, 아니면 매일 매일 보내는 소소한 시간들이 모이고 모여 이렇게 엄청난 차이를 불러일으키곤 하는걸까.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느끼고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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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에펠탑 & 바토무슈
건 시간 : 2007/10/01 23:55 / 건 곳 : 필그레이's 컬처 파르페 삭제이어...루브르 박물관 다녀 온 사진을 올리려다...설명이 약간 길어질 것 같아...저녁이후에 올리고... 에펠탑과 바토무슈 승선 이야기를 하려고요...^^ 롯데관광에서 무료로 준 '바토무슈'라고 세느강 유람선 표를 집어들고 승선했습니다. 날은 비가 온 뒤라 꽤 쌀쌀했고 다행히 비는 그쳤어서 유람하기 최악은 아니었어요. 나름 예쁜 전철역... 에펠탑 근처엔 에펠을 제목으로 쓴 카페들이 많았죠. 처음엔 유람선 2층 위 바깥에서 이리저리 사진찍고 구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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