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배낭여행

무개념 경찰을 만난 밀라노 - 2007.7.12

  아침 10시 14분에 출발, 오후 1시에 밀라노 도착 예정 열차를 탔지만 25분 연착을 해 1시 25분에 도착했다. 연속적인 열차 탑승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그래도 차창 밖으로는 황금빛 들판, 넓게 펼쳐진 포도밭과 해바라기밭, 이탈리아 농가의 정경이 끝없이 이어져 그나마 심심함을 부족하게나마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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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라노 중앙역에 내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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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 브랜드들은 가장 먼저 밀라노 중앙역에 광고를 한다. 대부분의 이탈리아 대기업들이 본사를 두고
  있는 이탈리아의 경제 중심지, 밀라노의 중앙역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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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여행하다보면 '왜 하필 지금' 공사중인거지 싶은 순간들이 있다>

  에우로스타(ESI)의 깔끔한 외관과 깨끗한 기내가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아이 둘을 끼고 나앉아 구걸하는 여자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그래. 누군가 이야기했듯 유럽, 그리고 이탈리아는 분명히 아름답고 낭만적인 곳이다. 단, 돈만 있다면 말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저녁을 보통 9시가 넘어 먹는데,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면 길거리 곳곳에서는 야외 까페에 사람들이 가득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길 위 한 쪽 구석에는 한쪽 팔이나 다리가 없이 하루종일 구걸하는 이가 있다. 그리고 대개 그런 이들은 유색인종이다. 미켈란젤로가 그의 대작 최후의 심판에서도 천사가 흑인들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담는 것으로 인종문제를 언급했었지만 수세기가 지난 지금도 인종문제는 여전히 건재하다.

  성당에 들어갈 때 경관이 앞 사람을 그냥 웃으며 들여보내주길래 바로 뒤에 있던 나 역시 그냥 웃으며 입장하려던 찰나, 내 앞을 가로막으며 고압적인 자세로 말한다.

  "Open your bag." 가방 열어"
 
  내가 잘못들었나 싶었다. 내심 기분이 나빴다. 언젠가 한 이탈리아 선수가 이천수에게 했다던 말이 생각났다. 왜 필요이상으로 거칠게 플레이하느냐는 이천수의 항의성 발언에 아시아인들은 거칠게 다루면 아시아인 스스로 무너지곤 했다고 대답했다던가? 누가 그렇게 대답했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젠장. 이 순간을 위해 농도가 다소 옅은 욕설 표현도 공부했다. 그래 이 순간을 위한 공부였다-_- 난 내질렀다.

  "넌 임마, 좀 더 공손한 표현같은 건 할 줄 모르니? 이런 Blood
  and guts baby 녀석아?"
 

  아, 물론ㅠ 내 상상만으로 그쳤다. 사실 당황한 것도 사실이었고 워낙 경황이 없어 그냥 가방 속을 보여주고 그냥 통과했다. 하지만 다음에 또 다시 이런 무례함과 실례를 범한다면 넌 할 줄 아는 정중한 영어구사 수준이 고작 이정도냐고 핀잔을 제대로 박아줄테다. 그래그래, 좋게 생각하자. 이탈리아 사람들 영어 잘 못하는거 알잖아. 경찰도 나름대로 아는 선에서 영어로 말하다보니 저런 표현이 나온 것일 거야.

  구차하게 스스로를 애써 위로하고 지나갔다. 따질걸 제대로 따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 이런 조그마한 차별에도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다보니 내 자신의 이중성이 보인다. 여행하는 내내 백인이 친절하게 다가오거나 말을 걸어오면 별 거리낌없이 이야기하고 말상대를 해줬으면서, 흑인이나 다른 유색인에게는 일단 경계심부터 갖곤 했던 내 모습말이다.

  이탈리아에서 대해 가지고 있던 호감과 낭만적인 경험이 한 명의 경찰때문에 이지러진 느낌이다. 단 한 명. 예전 포도밭에서 이상한 짓을 하던 그 녀석과 함께 한 명의 경찰이 내게 주는 이탈리아의 인상을 흐트린다.

  밀라노의 두오모를 구경하고 스포르체스코 성과 그 안의 정원을 거닐었다. 이 성 정문 맞은 편에는 밀라노에서 가장 맛있는 젤라또를 파는 젤라떼리아가 있다. 가게 안에 있는 카운터에서 먼저 계산을 하고 영수증을 바깥의 바에 가져가면 젤라또를 퍼준다. 현지인들 역시 많이 오고 계산대에 줄을 서야 할 확률이 크다. 하지만 젤라또를 한 웅큼 퍼 입안에 넣는 순간, 줄을 선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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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라노 지하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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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또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갈레리아. 저 문을 통해 통로로 들어가면 양옆으로 상점들이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통로를 모두 지나면 스깔라광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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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135개의 소첨탑. 성당 꼭대기 부분에 있는 황금상은 성모마리아 상이다. 밀라노는 북부 이탈리아
  에 위치해 있어 고딕 양식의 영향을 많이 받아 고딕양식으로 건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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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86년 착공, 1951년 완공되었다. 600년 가까이 건축을 한 셈>

  멜론 조각이 씹히는 멜론 맛이 최고다. 멜론 맛을 꼭 맛 봐야 한다. 훌륭한 젤라또 가게는 많지만 멜론맛을 이렇게 잘 구현해놓은 가게도 드물다. 먹어보면 알겠지만 다른 가게들의 멜론맛은 뭔가 물을 많이 탄 듯한 맛이거나 그냥 밍밍한 맛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참메론' '메로나' '메론바'같은 아이스바같은 맛 말이다. 이 곳 메론맛은 더이상 글로 표현할 수 없다. 먹어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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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라노에서 가장 맛있는 젤라또를 판다는 그 곳>

  점심으로는 술탄 스타일 케밥을 먹었다.

  우리의 난관은 이제부터였다. 우리의 계획은 내일 아침 9시 10분 출발 오후 4시 파리 도착 티켓을 예약하는 것이었는데 이미 예약이 가득차 16시 10분 출발 23시 50분 도착 표를 예약했다. 사실 이것마저도 4개 남은 자리 중 2개를 간신히 차지한 것이었다. 오밤중에 한 번도 발을 딛어보지 못한 낯선 도시에 들어선다? 이렇게 생각하니 심히 껄끄러운 기분이 든다.

  이제까지는 하루 전날 예약해도 내가 계획한대로 술술 여행일정이 풀려갔는데 처음으로 내 의지가 막히는 경험이었다. 솔직히 당황했다. 이런 상황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난 항상 '다 잘될거야' 식의 긍정적인 생각으로만 살아가는 사내녀석이니까. 물론, 파리야 대도시이니만큼 한밤중에 도착해도 신변의 위협을 받는다거나 하는 일은 드물 것이다. 다만, 그 늦은 시각에 파리에 도착해 숙소를 쉬이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보다야 작지만 유럽에서는 몇 손가락안에 들 정도로 큰 대도시이니만큼 어쩌면 기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으로는 방글라데시 스타일 케밥을 먹었다(다른 유럽도시들도 그랬지만 밀라노에서는 유독 케밥집이 눈에 많이 띄었다). 방글라데시 방송이 TV에 나온다. 주인과 주방장이 방글라데시 사람인 듯 싶었다. 유럽 어느 도시에 가도 한국에 짜장면 집이 흔한 것처럼 케밥집이 도처에 있다.

  유럽에 오길 잘했다. 푸조와 BMW가 흔한 곳. 생에 대한 열정과 열렬한 의지를 더해주는 곳. 딱히 그 원천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쉬면 쉴수록, 좋은 음식을 먹고 다양한 풍물을 접하면 접할수록 열정이 샘솟는다. 한편으로는 한국이 너무너무 그립다. 뜨끈한 갈비탕 한그릇이 몹시 그리웠다.

  밀라노의 두오모는 볼만하지만 여행일정이 빠듯하다면 굳이 시간을 쪼개 방문할 필요는 없다고 여겨진다. 다시 오고싶지는 않고 그리워할 것 같지도 않다. 명품도 관심이 없어서 패션의 도시는 내게 아무런 의미를 던져주지 못했다. 이걸로 안녕- 밀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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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라노 중앙역에서 본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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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체통. 이탈리아에서는 바로 옆 동네에 우편물을 부쳐도 한 달이 넘어 도착하더라는 이야기가 현지인
  사이에서도 종종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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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밥집의 양고기 덩어리. 위윙거리는 기계로 저 고기를 슥슥 깎아 케밥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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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오모 광장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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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나르도 다 빈치 상>


☆ 마지막으로 비또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갈레리아 통로 상점 사진 컬렉션! 세계 패션의 중심지 밀라노라는 말과 같이 온갖 명품 브랜드들의 매장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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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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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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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명품 샵 사이에 당당히 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맥도날드-_- 다른 화려하고 정갈한 매장들과
  구색은 맞춰야 했었는지 맥도날드가 여타 맥도날드와 상당히 분위기도 외관도 고급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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