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역의 이름과 같은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앞 면과 뒷 면의 인상이 매우 다르다)을 본 후 론리플래닛에 나온 식당 Mario에서 미트 소스 파스타와 로스트비프, 로스트 포크를 먹었다. 그 안에서 우린 맛있는 정통 파스타의 맛을 볼 수 있었고, 작은 가게 안에 현지인들이 계속 밀려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테이블에 4명씩 앉을 수 있는데 일행이 4명수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합석을 시켰다. 우리도 모르는 할머니 두 분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했는데 현지인들은 모르는 사이라도 친근하게 인사를 하며 이야기 문을 열어가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탈리아 현지인 특유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와 유쾌한 웃음소리, 그리고 커다랗게 울리는 목소리들의 중첩을 느꼈다.
대에 걸친 전문요리사가 저렴하고 맛있는 정통 파스타를 만드는 곳이다. 조금 찾기는 힘들지만 일부러
찾아가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집>
좁은 가게 안은 우리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내내 왁자지껄하고 흥미진진하기까지 했다. 종업원은 영어로 말할 줄은 모르지만, 우리가 영어로 하는 말은 곧잘 알아들어 간단한 영어 단어 조합이나 바디 랭귀지로 메뉴를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서빙을 주로 맡고 계신 할아버지는 영어를 거의 못하신다. 대신 할아버지의 서빙으로 우리가 주문한 메뉴가 나오면 그 왁작거리며 바쁜 와중에도 카운터에 있던 종업원이 어느샌가 우리 곁으로 다가와 뭐가 뭔지 영어로 알려주고 가는 센스가 있었다.
물론 이 와중에도 작은 가게 문은 연신 열고 닫히며 현지인들이 들어온다. 파스타가 정말, 정말 맛있고 경쾌한 분위기에 취해 내 기분까지 한껏 들떴다. 관광객을 주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이 아니라 진짜 현지인들의 생활을 바로 곁에서 보고 있자니 취하는 것만 같았다. 번잡하지만 몸을 웅크리게 되는 번잡함이 아니라 기꺼이 하나의 일원이 되고 싶은 매력적인 번잡함이랄까.
크고 호탕한 웃음소리와 화난 것은 아닌가 오해하게 만드는 이탈리아인 특유의 열띤 대화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 음식 맛이 어떠했느냐고 묻는다. 매우 좋았다고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종업원은 우릴 보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South Korea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장난기 가득해 보이는 그가 일순 묘연한 표정을 짓는 듯해 덧붙였다.
"노-스 코리아가 아니라 사우스 코리아입니다."
그가 곧 웃음을 터뜨리면서 말했다.
"워우~ 노-스 코리아는 무서워요."
그의 인상이 마음에 든다. 그가 우리에게 가게 그림이 인쇄된 엽서를 한 장씩 챙겨줬다. 정말 마음에 드는 녀석이다. 우린 사진을 찍었다. 동생이 그 녀석과 나란히 세워 사진을 찍고 동생에게 내 카메라를 넘겨주면서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동생은 초점을 배경에 맞추고 찍었다. 내게 무슨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닐까 -_- 뒷배경 칼핀이었다. 나와 그 이탈리안 가이의 모습은 흐릴대로 흐리게 나왔다. 아놔-
경이 된 포도주병들은 정말 선명하다-_- 이 좌슥... 일부러 그런걸까...>
아, 이탈리아, 이런 면만 놓고 보면 정말 매력적인 나라다. 괜찮은 와인을 7유로면 살 수 있는 나라. 분명히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일거라, 좋아질거라 믿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가득찬 사람들이 있는 곳. 감정이 얼굴에 금새 드러나는 사람들.
두우모와 쿠폴라를 올려다보고는 천국의 문을 봤다. 쿠폴라에 올라가 볼 생각은 없었다. <냉정과 열정사이> 때문에 쿠폴라에 올라가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폴라에 올라가지 말자는 내 의견에 동생이 토를 달지 않아 그냥 올려다보는 것으로 지나쳤다. 다행이다. 이번에도 우기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우피치 미술관에 갔더니 줄이 너무 길어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랐다가 다시 우피치에 들르기로 했다.
다. 당시 이 커다란 돔은 유례없는 거대한 돔이었다고 한다. 쿠폴라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을 통해 돔의
실제 크기를 짐작해볼 수 있다>
이야기하는 두우모는 그 도시에서 가장 큰 성당을 뜻한다. 피렌체의 두우모의 정식 명칭은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꽃의 성모 마리아'라는 뜻이다>
오페라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문은 모조품이다>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갔더니 언덕 한쪽에서 한국인 관광가이드가 자신이 인솔한 일행들에게 외친다.
"여기가 사진 찍는 자리입니다!
여기서 저 두우모와 탑이 보이게 찍고 몇 시까지 돌아오세요!"
곧이어 한 무리의 한국인들이 열심히 그 가이드가 지정해 준 자리에서 사진을 찍었다.
'두오모 잘 보이나- 잘 찍히겠나'
하는 걸쭉한 사투리까지 들려온다. 피렌체의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듣는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 수많은 외국어의 물결 속에서 그렇게 귀에 촥촥 감기는 언어(language)를 들어 본 일이 없었다-_-
다시 우피치로 돌아와 줄을 서면서 사실 우리는 우피치를 못보는 줄로만 알았다. 줄은 너무 길고 시간마다 입장시키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였다. 줄을 서 있는데 우리 바로 앞에 두 명의 레즈비언이 있었다. 동생이 전광판을 보러 잠시 대열에서 빠져나가 앞으로 간 사이에 진한 스킨쉽을 나누는 모습을 여과없이 목격했다. 그것도 코앞에서. 처음이었다. -_-여자가 여자와 키스하고 서로의 허리와 배를 껴안고 만지며 애무하는 모습을 본 것은. 그들은 주변 시선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토 나온다 (그날 적은 일지에 이렇게 적혀있다).
대학 토론 수업 때도 이야기했지만 동성 간의 사랑은 머리로는 애써 이해한다 쳐도, 가슴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을 때 그 레즈비언 중 한 명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아악- 나의 경멸하는 듯한 시선을 느낀 건가- 내심 당황해하는 내게 그는 시간을 물어봤다. 왜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나도 모르게 이맛쌀을 찌푸리며 시계를 거꾸로 한 채 내밀어보이기만 했다.
1시간정도를 기다린 끝에 입장에 성공했고 우린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거의 날림으로 미술품을 구경했다. 가이드북에 표기된 것보다 가격이 올라서(이번 여행을 통해 최신 가이드북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여러번 몸소 체험했다고나 할까) 입장료는 10유로였다.
론리플래닛에 소개된 Vivoldi에 찾아갔다. 피렌체에서 가장 맛있는 젤라또를 파는 곳이다. 아이스크림 좋아하는 내가 놓칠 수 없는 집이다. 현지인들이 가득 줄을 서 있었다. 이렇게 현지인들이 줄을 선 곳은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fichi(무화과) 맛은 무화과 열매 속과 씨가 씹혀 만족스러웠고, 레몬은 진한 레몬맛이 매력적이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물과 주스, 요구르트를 사고 숙소 근처 까페에서 샌드위치 4개를 주문했다. 종업원이 따뜻하게 빵을 굽고 너무나 정.성.스럽게 포장해줘서(어지간한 포장에는 '정성'같은 수식어는 쓰지 않는데 말이다. 정말. 정말. 정말 정성껏 포장을 해줬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내 마음마저도 푸근해졌다. 이탈리아는 정말 기분좋은 나라다.
여기 버스는 배출구가 버스 뒤 맨 윗부분에 달려있어 버스 뒤를 지나가도 다리에 뜨거운 배기가스가 닿는다거나 매캐한 연기를 들이마셔 인상을 찌푸릴 일이 없다. 한국의 버스 배기가스 배출구도 위치를 저리로 옮겨주었으면 좋겠다.
교과서에서 많이 본 '우르비노의 비너스'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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