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배낭여행

냉정과 열정사이, 피렌체 - 2007.7.11

  9시 14분 IC 탑승 성공! 우린 4시간을 달려 1시경 피렌체에 도착했다. 피렌체하면 다들 무슨 생각이 날까.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준세이와 아오이가 약속했던 장소가 피렌체의 쿠폴라이기 때문에 일본이나 한국 여행자들은 피렌체의 쿠폴라에 대한 애틋함을 간직한 채 피렌체에 와보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영화를 보면 스크린을 통해 피렌체와 밀라노 시가지, 그리고 두우모와 쿠폴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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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렌체의 재래시장>

  나도 일 년 반 전 헤어진 여자친구가 있지만 소설과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모두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건방진 소리일 수도 있겠다. 난 모든 사람들이 명작이라 해도 내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지 못하면 굳이 애써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졸작이라 해도 내 마음에 흡족함이 가득하면 오래 사귀고 싶은 벗을 만난 것처럼 반가워한다.

  <냉정과 열정사이> 역시 아무런 감동도, 감흥도 없이 한 번 읽어내려가고 반납해버린 책 중 하나였다. 그리고 난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나려는 생각 해본 적도 없고 말이다. 젊은 시절 연애할 때 한 번 양다리를 걸치거나, 부부의 경우- 한 번이라도 바람을 피웠던 경험이 있다면 그 사람은 십중팔구 그런 행동을 되풀이하게 된다고 한다. 두 번 다시 그런 시시털털한 문제로 가슴앓이하고 싶지도 않고 말이지- 잔인해보이지만, 이게 나다. 어지간해서는 잡은 사람 손을 놓지 않지만 정말 실망할 수 있는 계기를 던져주면 미련없이 그동안 이어온 연을 잘라낼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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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우지간 작년 봄, 난 두 회사 소속으로 이런 저런 자리에 참석하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오던 늦은 저녁 시간에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문자 하나가 핸드폰 화면을 밝혔다. 

  혼자 있고 싶었다. 부질 없고 속절 없었다. 내 상태가 좋을 때는 평생을 사랑할 것처럼 속삭이던 사람도, 내가 힘들어하고, 내가 맡은 일이 많아 지치고 피로할 때는 내 옆에 있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비참했다. 그녀는 내가 힘든 사실이야 어찌되었든 자신이 힘든 것만 알아주고 보듬어주길 원했었나보다. 변명도, 부연 설명도 듣고 싶지 않았다. 인간관계가 이런 식으로 종결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수학능력시험에서 물 먹었을 때도, 대입에서 원하던 대학에 낙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이렇게까지 비참한 기분에 사로잡히지는 않았다.  

  내 친구 누구는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면 헤어진 여자친구가 자꾸만 떠오른다고 했다. 영화같은 일이 실제 현실에서 일어나면 좋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나는 그게 싫었다. 다른 남자에게서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구석을 찾았다고 그 사람에게로 갔었겠지만 얼마 가지 않아 내게 다시 만날 수 없겠느냐고 매달리는 그 여자를 차갑게 거절했다. 그 때 내 마음은 이미 식을대로 식어 있었으니까.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소설과 영화는 감동이 있느냐 없느냐를 논하기 전에 싫기까지 했다. 당연히- 그 배경이 되는 피렌체에 대한 매력이나 그 도시에 가고 싶은 마음, 존재도, 계획도 하지 않았다.

  이런 내 마음을 알 리 없는 동생은 무슨 연유에선지 자꾸만 피렌체에 가자고 졸랐다. 구차하게 형이 바람맞은 이야기를 구구절절이 들려주며 내가 피렌체에 발을 들여놓기 싫어하는 이유를 설명해, 피렌체에 가지 말자고 할 수도 없고 그야말로 난감한 노릇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 한 쪽에는 우피치 미술관에 들러보고 싶은 마음도 퍽이나 강하게 여운을 남길 듯해 피렌체에 들르기로 한 것이었다.

  이런 저런 착잡한 마음으로 열차에서 내려 피렌체 역내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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