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배낭여행

파티에 초대받은 루체른의 밤 - 2007.6.29

  유람선을 타고 루쩨른으로 돌아와 저녁으로 맥도날드를 먹었다. 어제 먹은 차가운 샌드위치같은 음식은 먹고 싶지 않았다. 따뜻한 빵와 고기가 그리웠고, 앞으로 남은 여행 일정에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맥도날드만큼 저렴한 식사는 없었다. 그런데 스위스 맥도날드는 전 유럽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 중에서 가장 비싸다고 한다. 빅맥 세트가 10.4 프랑이었으니 우리돈 9천원 정도였는데 뭐 금가루를 뿌린 것도 아닐테고, 그래도 혹시나 맛이 조금 다르거나 재료가 좋지는 않을까 하고 한 입 베어물었는데 빅맥은 빅맥일 뿐, 한국에서 맛본 빅맥과 맛은 똑같았다.

  스위스는 식비, 숙박비, 교통비는 살인적으로 비싸지만 이상하게 신발은 쌌다. 허섭한 신발도 아니고 아디다스, 퓨마, 나이키 같은 신발들이 우리 돈으로 3-4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탈리아가 무척 덥다는 소식이 들려와 이탈리아로 넘어갈 때를 대비해 퓨마 쪼리와 카파 쪼리를 샀다. 각각 만원 정도 썼다.

  저녁에는 빈사의 사자상을 보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벨기에에서 본 오줌싸개 동상처럼 크기가 작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큰 스케일이었다. 론리플래닛에서는 빈사의 사자상은 일부러 찾아가 볼만한 명소는 아니라고 간주했는지 아예 실려있지 않았고 이지유럽에 실려있었다. 지도가 허술해 계속 현지인들에게 길을 물어야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이가 드물어 살짝 애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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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 맡에는 창과 방패가 있고, 등에는 창이 꽂혀 있다.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왕가를 호위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스위스 용병들의 명복을 기리기 위한 작품이라고 한다. 덴마크 조각가 토르발센이 만
  든 작품이다>

  밤의 야외 테라스에서 저녁을 즐기는 이들과 왁자한 웃음 소리, 그리고 악기 연주소리가 어우러진 루체른의 야경은 무척이나 달콤했다.

  슈프로이어교 근처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내 또래 여자아이가 와서 대뜸 뭔가를 내민다. 유럽에서는 오직 소지품 조심, 돈 조심, 사람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데 말도 없이 뭘 내미니까 절로 경계심이 든다.

  "What?"(What is this도 아니고 What? 이라고 물었다. 당황하고 긴장해서;; 나도 모르게)

  티켓이란다. 아- 스위스 물가도 비싸 방금 저녁도 맥도날드로 때웠는데 나한테 무슨 티켓 살 돈이 있겠니- 하는 심정으로 이런거 살 돈 없다면서 안녕안녕 손을 흔들었더니 파티 초대 티켓이란다. 스위스에서는 독일어를 가장 많이 쓰고 그 다음으로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순으로 사용한다. 뭔가 발음이 귀엽다고 해야 하나, 독특해서 웃음터뜨리면서 여자애 발음대로 "Party? Party? Party ticket?" 자꾸 따라했더니 웃으면서 바로 내일이라고, 초대하는거니까 파티에 오란다. 다리에 서서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내려왔다. 모기도 많고, 동생도 기다리고 있고. 파티 초대라니, 오호- 내 얼굴이 스위스에서 먹히는구나 ㅡ 가 아니라 (죄송 -_- 난 나를 잘 알고 있다) . . 그냥 별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아서 가지 않았다. 사실 이런 게 진짜 현지인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긴 한데 왠지 내키지가 않았다. 그냥 이건 감이다. 그냥 감. 그리고 이런 곳에서 난생 처음 만난 여자 파티 초대에 응할 생각도 없고.  

  우리가 묵는 숙소 근처 마트에서 완전 싼 물을 발견했다. 단돈 0.35cf. 우리돈 200원. 동생이 2,500원을 주고 산 가스 물이 생각났다. 200원으로 물을 사고 동생을 구박했다. -.-; 조그만 동전 하나 내밀고 거스름돈으로 동전 2개 받고 커다란 물병을 들고 오자니 왠지 거저 받는 느낌이다. 대체 2,500원을 주고 가스물을 산 내 동생은 뭐지-

  유럽인들은 우리보다 영어를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물을 살 때 간단한 몇 마디를 건넸을 뿐인데도 직원이 그 단순한 영어를 몰라 영어 할 줄 안다는 사람을 불러왔고(그 사람도 썩 잘 알아듣고, 대답해주는 건 아니었다. 발음은 거의 뭐.. 순수 토종 한국 중학생이 막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듯한 발음) 벨기에에서도 가판대 사람들이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서 난 영어로 그치는 불어로 계속 이야기했던(정말 신기한 건 그래도 서로가 하고자 하는 말을 거진 다 알아듣는다는거다) 기억이 난다. 이게 단점일 수도 있겠지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나보다 영어를 못하는 이들 속에서 이야기하려니 주눅들 일이 없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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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을 나와 바로 보이는 로이스 강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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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펠 교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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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체른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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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펠교에서 찍은 사진 두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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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펠교와 슈프로이어교. 슈프로이어교는 1408년에 만들어졌으며 카스퍼 메그린의 작품들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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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겨운 저녁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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