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배낭여행

서유럽의 베니스, 브뤼헤 - 2007.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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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은 열차를 타고 브뤼헤로 갔다. 유레일패스가 있으니 열차는 많이 이용하면 많이 이용할수록 본전을 찾는 길이다.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 차창에 찰싹 붙어 내내 바깥을 구경하곤 했다. 물론- 이후에는 한 달 내내 질리도록 기차를 타 한국에 온 지금은 더이상 기차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상태다. 꽤 시간이 지나야 기차 생각이 날 것 같다.

  브뤼헤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다. 따각거리는 말발굽 소리도 듣기좋고, 몇 명씩 어울려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브뤼셀에서 열차를 타고 1시간정도 오면 도착하는 이 곳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물론 마르크트 광장과 부르그 광장 쪽으로 가면 바글바글한 관광객을 볼 수 있지만 조금만 틈새로 빠져 골목 골목을 누비다 보면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고 예쁘장한 집과 골목만 볼 수 있어 도심에서 떨어져 나와 있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아볼 수 있다. 브뤼헤는 바다와 연결된 입지조건으로 운하의 도시가 되었다. 때문에 서유럽의 베니스로 통하고 있으며 중세의 번영을 엿볼 수 있는 저택, 교회 그리고 아기자기한 집들과 수로 사이를 지나는 보트를 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이 로맨틱한 도시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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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크트 광장. 브뤼헤 최고의 번화가로 다양한 상점과 까페들이 늘어서 있는 곳으로 은은한 파스텔 톤
  의 건물색이 마음에 들었다. 겨울에는 광장에 스케이트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이지유럽에서는 브뤼헤를 자전거를 대여해 둘러볼 것을 권장하고 있으나, 개인적인 생각은 조금 다르다. 자전거로 돌아보면 이 낭만적인 공간을 젓가락으로 호숫가 긁는 정도밖에 맛보지 못하지 싶다. 물론 풍경 좋은 곳마다 쉬어 간다면 브뤼헤의 정취를 충분히 느껴볼 수도 있겠지만 이 곳도 브뤼셀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작은 규모로 형성된 도시라 도보로 천천히 그 정경을 음미하는 것이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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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크트 광장에 세워져 있는 종탑은 브뤼헤의 상징으로 366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꼭대기에 다다른다고 설명되어 있으나 동생이 두 번이나 세어본 결과 366개가 아니라고 한다(난 올라가면서 그걸 하나하나 세어본 네 녀석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해-_-;). 뭔가 막힌 길이 있거나 관광객이 올라갈 수 없는 장소까지 이어진 계단이 더 있는 것 같다.

  어찌되었건 그렇게 종탑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고 나면 브뤼헤 시가지 전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꽤나 높은 곳이지만 엘리베이터는 설치되어있지 않아 한 걸음, 한 걸음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 중간중간 외국인들이 쉬어가며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하루종일 비가 10분 간격으로 오다 그치다를 반복해 불안했다. 올라갔을 때 쨍한 시가지를 볼 수 있을까하는 불안함. 유럽에 온 이후로 계속 비가 와서 그동안 찍은 사진을 보면 런던에서부터 주욱 우중충한 사진 일색이다. 나도 이제 새파란 하늘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올라가면서는 브뤼헤의 시가지를 가슴 속에 담을 생각에- 연인이 이 곳에 함께 오면 좋지 않을까 하는 낭만적인 상상을 잠시-_- 했었다. 그런데 종탑에 올라서자 보이는 건 하늘 한 쪽을 가득 메운 먹구름이었고 먹구름은 곧 비바람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366개의 계단을 오르고 올라(이 종탑의 높이는 카메라에 모두 담기 어려울 정도다) 지상보다도 훨씬 세찬 비바람을 반팔차림인 온 몸으로 맞고 있자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사방에서 휭휭휭 거리는 바람으로 관광객들은 옷을 저미기 바빴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자니 렌즈에 빗방울이 투투투투- 묻어 닦느라 정신이 없었다. 날씨만 좋았다면 최고의 정경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지라 무척이나 아쉬웠다. 가까이서 봐도 예쁜 건물들을 한 눈에 조망하니 하나의 그림이 된다. 맑은 날 사진을 찍으면 어느 각도로 렌즈를 내밀어도 엽서가 만들어질 게다. 힘들게 다시 내려와 마르크트 광장으로 나오니 언제 먹구름이 끼고 비바람이 몰아쳤냐는 듯, 쨍하고 보란듯이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다. ...우리는 짧은 시간동안이나마 인생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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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뤼헤 종탑에서 바라본 시가지. 비바람 때문에 찍기 힘들었다, 맑은 날에 찍는다면 이것보다는 198배
  정도 더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듯>

  우리는 점심으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야외 레스토랑에 앉아(어딜가나 식당 선택은 사람이 많은 곳으로 해야 실패 확률이 적으니까) 오믈렛을 주문했다. 브뤼헤 마르크트 광장에 늘어서 있는 레스토랑들은 오믈렛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우리가 시킨 것은 베이컨과 버섯을 곁들인 오믈렛이었는데 비싼 가격만 제외하면 대만족이었다. 베이컨과 버섯을 충분히 넣은 오믈렛에 샐러드를 곁들여 접시에 담아내왔다. 가격은 1접시 당 11유로. 사실, 정말 비싸다. 대략 우리 돈으로 13000원 정도? 여행을 하면서 이 돈이면 한국에 돌아와 뭘 먹을 수 있겠다 뭐 이런 생각을 하면 못 먹는 거다. 마지막 한 입과 함께 포크를 내려놓으면서 나도 이런 오믈렛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제 아무리 벨기에가 감자튀김의 원조라지만 백날 싸구려 감자튀김만 빨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국부터 시작해서, 스위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어느 곳을 가도 감자튀김은 널려있다. 하다못해 프랑스의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시켜도 사이드로 감자튀김이 나온다. 굳이 감자튀김을 사먹지 않아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질리도록 먹을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있다. 서로 자기들이 원조라거나 대표 음식이라고 주장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이 나라 감자튀김이나 저 나라 감자튀김이나 맛은 다 거기서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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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먹었던 오믈렛, 동생이 화장실에 간 사이 요리가 나왔다>

  바실리크 성혈 예배당에는 예수님의 굳은 피가 몇 방울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이 유리병은 5월에 열리는 성혈 행진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성혈 예배당을 지나 사랑의 호수로 갔다. 이 호수에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꿈이 있는 사람이 이 호수를 찾으면 새로운 용기와 행운을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 내 야심찬 꿈을 위해(-_-;) 기어이 들렀다. 물론 전설이야 당연히 믿거나 말거나한 옛날 이야기겠지만 여행을 왔으면 흥미로운 곳은 꼭 발도장을 찍어야 직성이 풀린다. 다른 관광객들이나 현지인들을 보니 주로 그 전설이 실린 시의 내용을 믿고 싶은 솔로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당국은 이 호수에 백조와 오리들을 풀어놓았는데 백조들의 부리에는 이니셜 B와 생년월일이 새겨져 있다. 브뤼헤의 특산품으로는 레이스 작품이 있어 레이스 달린 앞치마에 문구를 새겨주는 상점들이 인기가 많았고,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레이스 학교도 성행중이었다. 관광객이 단기간에 직접 레이스 뜨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즉석 강의도 한다.

  열차를 타고 다시 브뤼셀로 돌아와 먹자골목에서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간 곳은 Chez Leon이었는데 그랑플라스 옆 먹자골목에서 200년간 홍합 요리만 고수해온 레스토랑으로, 다른 곳보다 다소 비싸지만 현지인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프랑스에 체인점 형식으로 문을 열었지만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원조 Leon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홍합과 감자튀김, 파스타를 먹었다. 화이트와인에 익힌 홍합Moules을 수북이 쌓아놓고 하나씩 먹는 맛이 일품이다. 하지만 홍합 요리는 남자들끼리 올만한 곳은 못되고(시커먼 남정네 둘이 공유하기엔 야외테라스, 그리고 그 주변 정경이 너무너무 멋지다), 연인이나 부부가 오면 최고의 분위기 속에서 요리를 먹어 볼 수 있다.

  브뤼셀에서 새로 산 전화카드가 먹히지 않아 카드를 구입한 곳에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 주인장이 제대로 듣지도 않고 환불은 안된다는 말을 하면서 내가 사용방법을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어떤 절차로 이 카드 사용시도를 했고, 어떤 번호들을 눌렀는지 설명을 하는데 너무 답답한 마음에서였는지 평소에 쓰던 속도보다 더 빠른 영어가 줄줄 나왔다. 어렸을 때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환경에 일정 기간 노출되었던 경험이 전무한 한국인들은 아무래도 머릿 속에서 한차례 변환을 하고 말을 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사과->apple'처럼 한 차례 프로세싱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워낙 급박한 마음에 줄주주주룩 ㅠ ㅠ 이런 마음으로 항변하다보니 그런 별도의 변환 과정 없이 말이 죽죽 나왔던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상점 주인에게 모두 납득시키고 나서야 내 생각을 변환 과정 없이 그냥 죽죽 말했다는 것을 상기하고, 이런 경험이 여러번 반복되고 축적되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에 점차로 영어가 느는게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그랑플라스의 야경은 빅토르 위고를 위시한 여러 문인들- 그리고 나폴레옹까지 극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역시 그런 그랑플라스의 야경을 보기 위해 숙소에서 잠시 휴식시간을 갖고 나가기로 했다. 유럽의 여름은 저녁 10시가 넘어야 노을이 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늦은 시각에 야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침부터 열차를 타고 브뤼헤에 갔다 와 피곤하다는 것도 한 몫 했다. 케밥 한 개씩을 사먹고 사과쥬스를 마시며 우리는 그렇게 잠시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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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그렇지. 우리는 또 새벽 2시 반에 깨어 "흐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얼~~~~~~그랑플라스의 야경~ ㅠ ㅠ"을 외치며 다시 잠이 들었다. 런던에서도 느꼈지만 아침부터 하루종일 걸어다닌 날은 야경 보기가 정말 힘들다. '그랑플라스의 야경이 좋다는 거 다 과장일거야. 원래 문학가들이 온란 현란한 수식어구를 잘 갖다 붙이기 마련이라 실제 그 장소를 가보면 실망할 때가 대부분이잖아' 애써 이렇게 위로했다. 그렇게 우리의 벨기에 방문은 끝이 났다.  

  벨기에는 첫 이미지는 별로일 수 있으나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곳이다. 도시의 크기가 작은 것 역시 매력적이다. 보고자 하는 것들을 일찍 둘러보고 여유롭게 다닐 수 있다. 그랑플라스와 그 주변에 만연한 홍합 요리 냄새가 날 끌어당긴다. 그랑플라스 주변 어느 골목을 들어가도 이 홍합 요리 냄새에 군침이 절로 돈다. 작지만 활기찬 곳이다. 노천 카페에는 자리마다 사람들이 가득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와플과 케밥, 감자튀김이 맛있는 나라. 막 구워진 와플이 손으로 들고가기에 뜨겁다며 조심하라고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동양인에 대한 호기심을 잔뜩 보이는 와플 가게 사람들이 있는 곳.

  특히 와플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가봐야 한다. 벨기에는 와플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이유가 성립하는 곳이다. 온갖 다양한 과일과 생크림,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얹어주는 와플들 속에서 맛있어 보이는 와플을 고르는 과정도 좋고, 직원이 갓 구운 와플에 내가 선택한 메뉴에 해당하는 과일과 생크림, 초콜릿을 얹어주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그냥 방금 구운 플레인 와플을 먹는 것도 충분히 맛있다. 집집마다 다양한 수공예를 선보이는 초콜릿을 구경하는 것도, 온갖 초콜릿을 맛보는 것도 매력적이다.

  이 곳에서는 초콜릿을 무게로 달아 가격을 매기기때문에 각양각색의 초콜릿을 한데 모아 구입하면 상자에 예쁘게 담아준다. 매력적이다. 정말 매력적인 도시다. 이 곳에 하루 더 머무르지 않은 것을 여행하는 내내 아쉬워했다. 꼭 한 번 더, 그때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가고 싶은 곳. 그때는 손을 꼭 잡고 그랑플라스 광장, 그리고 그랑플라스 근처 골목 골목을 누비며 향긋한 홍합요리 냄새를 들이마시고 싶다. 난 브뤼셀과 벨기에에 완전히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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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뤼헤 역. 역 앞에 자전거가 정말 굉장히 많았다. 심심한 사람은 몇 대인지 세면서 놀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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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는 브뤼헤에서 본 초콜릿 진열대 사진들
(찍어 놓은 사진만 봐도 그 사람의 기호를 알 수 있다. 난 초콜릿을 좋아한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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