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배낭여행

와플, 초콜릿, 벨기에 - 2007.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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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뤼셀로 가던 날 오전의 런던, 내내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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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뤼셀 중앙역 입구에서 찍은 사진 두 장>

  유로스타를 타고 브뤼셀로 이동했을 때 첫 느낌은 실망스러움이었다. 왜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브뤼셀 땅을 밟았던 첫 느낌은 런던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몇 시간 후 이런 실망감은 180도 변해 더 말할 수 없는 행복감으로 변해있었지만 말이다. 벨기에에 처음 들어와 느낀 점은 고작 3박 4일 런던에 머물렀던 주제에 신호등을 상관않고 길을 아무때나 건너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런던에서는 보행자가 언제나 우선(심지어 법으로도 명시되어 있다)이기 때문에 신호등이 있으나 없으나 길을 건너고 싶을 때 건너면(우리나라에서의 무단횡단 개념으로) 차들이 알아서 스르륵 멈추어 서곤 했다. 처음에는 신호를 꼬박꼬박 지켜 길을 건넜는데 몇 번 현지인들로부터 왜 길을 건너지 않고 서있느냐는 말을 듣고부터 우리도 현지인들처럼 거리낌없이 길을 건너곤 했다.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면서 가만히 서있는데 초록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를 세우더니 길을 건너가라는 수신호를 보내는 운전자도 있었다. 당연히 그런 환경 속에서 차 경적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사람 버릇이 참 무섭다고, 무심결에 저 사진 위의 횡단보도를 아무 생각없이 건너려는데 끼기긱 소리를 내면서 달리던 차가 멈추는 것이었다. 아마 운전자가 꽤나 노려봤을 것 같다. 브뤼셀에서는 모두 신호를 지키는 모양이었고, 도무지 경적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런던과는 달리 뭘로 만들었는지 소울음처럼 우렁찬 경적을 사정없이 울려대는 운전자들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었다.

  브뤼셀은 정말 작은 도시다. 대학 캠퍼스 만한 크기에 모든 볼거리가 몰려있다. 굳이 One day ticket을 살 필요도 없이 걸어서 원하는 모든 유적을 몇 시간만에 돌아봤다. 그리고 남들은 찾으려 애써도 쉽게 찾지 못하는 볼거리도 생각없이 가는 길목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식이어서 참 기분이 좋았다. 먼저 Midi역에서 중앙역으로 이동한 후 숙소를 구하러 가는 길에 돈키호테 동상이 있었다. 짐을 풀고 숙소를 나서니 곧바로 그랑플라스가 나온다. 그리고 오줌싸개 소년 역시 금방 찾았다. 브뤼셀에서도 우린 숙소를 정말 잘잡았다. 그랑플라스 바로 뒤켠이었고, 그랑플라스 근처에 온갖 먹거리와 먹자골목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참고로 EU와 NATO의 본부가 브뤼셀에 있기 때문에 유럽의 타 도시와 달리 주말보다 주중 숙박비가 더 비싸고 구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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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키호테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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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뤼셀을 극찬한 많은 문인들 중 빅토르 위고가 있는데,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평했었다>

  그랑플라스에서 왕의 집, 시청사, 길드하우스, 초콜릿 박물관까지 줄줄이 고구마 줄기처럼 늘어서 있었다. 이후 예술의 언덕과 왕궁을 들러 왕립미술관, 마지막으로 오줌싸개 소녀상까지. 참고로 오줌싸개 소녀상은 현지인들도 어디에 있는지 잘 몰랐다. 가이드북 지도에도 대강 표기되어 있어 그 근방 골목을 누비며 다니다가 한쪽에서 관광객들이 카메라를 들고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는 것을 보고 직감했다. '저기다'
오줌싸개 소년이 몇 십배는 더 낫다. 이건 뭐-

  영국에서 벨기에로 넘어와 즐거운 건 다름아닌 입이다. 벨기에 요리는 프랑스와 동격으로 평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유럽 전역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여기에 푸짐한 양까지 결합되어 높은 만족도를 보여준다. 먹자골목 가득 펼쳐진 홍합요리는 그 냄새만으로도 충분히 매혹적이고, 와플의 본고장에서 먹는 방금 막 구워내 따끈한 와플, 그리고 삐따(케밥)가 입을 즐겁게 해주었다. 정말 입이 즐거운 하루였다. 홍합요리를 파는 먹자 골목 근처에서는 홍합을 화이트와인에 삶아서 수북이 쌓아놓기 때문에 홍합냄새가 골목 가득 즐비하다. 홍합요리는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커다란 검은 냄비에 한가득 쌓여 나오며, 낮보다는 저녁에 그랑플라스의 아름다운 조명과 악사들의 음악을 들으며 먹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간다면 두고두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될 듯.

  삐따는 밀전병에 각종 야채, 소스, 양고기, 감자튀김 등을 넣어 먹는 것으로 이 또한 굉장히 맛이 좋다. 길거리에서 간단히 한 끼 때울 수 있을 정도로 배도 부르고, 가격도 저렴하다. 벨기에인들은 자신들이 감자튀김의 원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과외하는 학생에게 언젠가 이 이야기를 했더니 굉장히 흥미있어 했다). 영국의 맛 없는 식사와는 이제 안녕이다. 거의 한 끼를 초콜릿으로 채우다 싶을 정도로 온갖 초콜릿을 잔뜩 먹기도 했다. 프랄린 Pralines이라고 하는 속을 부드럽게 채운 초콜릿 맛이 굉장히 좋다. 길리안, 고디바 역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벨기에 초콜릿이지만, 공장에서 대량 생산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보다는 가게마다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 비법으로 만든 각양각색의 특이한 수공예로 만들어진 초콜릿을 구경하고 하나하나 맛보는 데에 비할 수 없다. 최고의 초콜릿 맛이다.

  날씨는 벨기에나 런던이나 마찬가지다. 비가 화끈하게 내리는 것도 아니고 그치는 것도 아니고, 5분 안개비를 흩뿌리다가, 부슬비가 5분 내렸다가, 10분정도 해가 내리쬐다가, 다시 비가 내리고 이런 사이클이 하루종일 반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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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립 미술관. 플랑드르 회화가 많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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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의 집. 샤를 5세 때 주 청사로 사용했으며 현재는 시립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보내
  온 오줌싸개 동상의 의상이 전시되어 있다. 이름과 달리 한 번도 왕이 거주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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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랑플라스에 있는 바로크 양식의 길드 하우스. 중세시대 상업의 중심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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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랑플라스는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대규모 공격을 감행해 쑥대밭이 되었던 적도 있다. 매일 꽃시장이
  열리며, 오후에는 그림을 그리는 이들과 관광객, 노천 까페로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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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콜릿 박물관 입구의 동상. 벨기에는 유럽에서 최고의 초콜릿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
  콜릿 생산 과정 등 초콜릿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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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서는 이렇게 분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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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뤼셀의 마스코트 오줌싸개 동상. 조그만 크기에 실망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 도리어
  생각보다 괜찮다고 느껴졌다. 루이 15세가 프랑스로 가져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후 루이 15세가 이 동
  상의 약탈을 사과하는 의미로 의상을 입혀 돌려보낸 뒤 다른 나라에서도 국빈들이 방문할 때 이 소년의
  의상을 선물로 가져왔다고 한다. 오줌싸개 소년은 그래도 괜찮다. 오줌싸개 소녀에서 대박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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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랑플라스 근처 먹자골목, 밖에 메뉴판이 있어 가격대를 둘러보고 착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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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줌싸개 소녀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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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뤼셀에서 찾은 피자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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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인이 추천해 준 삐따(케밥)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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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도날드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이기 때문에 따가운 눈총을 받곤 한다. 퀵은 벨기에가 만든 패스트
  푸드점으로 유럽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메뉴나 서비스는 맥도날드와 별반 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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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밥을 주문하고 사진을 찍었다>

초콜릿 상점 사진 모음(편광필터를 착용하지 않아 몇 몇 사진은 일부 반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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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는 한국인 여행자들은 보통 반나절만 스치듯이 지나가는 곳이다. 특히 방문하더라도 브뤼셀보다는 인근의 브뤼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왠지 벨기에가 끌려 2박 3일을 머물렀고(3일째 되는 날 독일로 이동했다) 오히려 이것도 짧은 듯해 내내 아쉬워했다. 벨기에는 정말 매력적인 곳이다. 유럽의 그 어느 곳보다 특별한 브뤼셀의 매력을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다. 벨기에의 매력. 매력적인 도시 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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