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가방을 미리 싸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일어나 내내 부산을 떨었다. 이상하게 뭔가 빠뜨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고 가방을 열어보게 되는 그런 습관이 발동한 것이다. 아침부터 흐리던 날씨는 꾸무럭거리는 내 행동만큼이나 불투명해보였고, 급기야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는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비를 보게 되었다. 버스가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짙은 안개 때문에 가시거리도 쉬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면세점에서 태어나 처음으로(진짜) 담배 2보루를 샀다. 5% 디스카운트를 적용해 한 보루 당 16달러에 샀다. 우리돈으로 29960원정도가 카드에서 빠져나갔다. 런던의 중심부인 소호 쪽으로 숙소를 구해야 편히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출발일을 코 앞에 두고 코벤트 가든 역 근처에 새로 생긴 민박을 급히 구했는데, 런던의 민박들은 보통 한국 면세점에서 사가는 담배 1보루를 15파운드로 간주했다. 그렇기 때문에 담배 2보루를 가져가면 24000원 가량 절약할 수 있어 구입한 것이다.
면세점에서 겪은 에피소드 하나. 담배 한 보루를 들고 점원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한 보루 단위 맞나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맞다고 대답해줬다. 가방에 구겨 넣는 식으로 10보루씩 가져가(한화로 10만원이 넘게 절약할 수 있다)는 사람도 있는 걸로 들었다. 물론 법이 허용하는 범주를 넘는 수치다. 어쨌거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담배를 사봤다- 말보로 라이트. 담배 종류 정말 많더라. 담배 중에 매운 초콜릿, 딸기맛 초콜릿도 볼 수 있었다. 예전에 면세점에 들렀을 때는 담배 코너는 둘러보지 않아서 몰랐던- 다양한 담배 맛.
오후 1시 30분 출항 예정이었던 비행기가 50분이 지난 후에야 이륙했다. 오랜시간 비행할 때는 복도쪽 좌석에 앉아야 편하지만 여행을 막 시작하는 들뜬 기분으로 나는 도저히 복도쪽 좌석에 못앉겠더라. 기껏 일찍 체크인해 창가에 앉았는데 이륙과 동시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현지시각 오후 5시 히드로 공항 도착이었던 일정도 그에 따라 자동적으로 1시간 뒤로 미뤄졌다.
한국 시각 오후 3시, 베이징 위를 지나고 있을 즈음 기내식이 나왔다. 양식과 한식 중 양식을 선택했다. 삶은새우와 감자로 만든 전채, 이탈리안 드레싱 소스와 같이 나온 야채샐러드,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 그리고 후식으로는 크림 치크 케잌을 먹었다. 후식으로 나온 조각케잌이 달콤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스테이크를 받으면서 스위트한 화이트와인을 달라고 했는데 드라이한 녀석이 왔다. 묵직한 질감이 턱 하고 혀를 내리 눌러버리는 느낌이다. 베이징을 지나니 고원과 사막이 펼쳐진다. 한국에서 막 이륙했을 때와는 달리 이곳은 구름이 별로 없다. 좁은 창가에 얼굴을 들이밀고 고원을 자세히 보면 길이 오밀조밀 이어져있음을 볼 수 있었다.
비행시간이 8시간 40분이 남았을 즈음 난 헤드셋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고, 동생은 안대로 눈을 가린 채 곤히 자고 있었다. 런던에 도착해 곧바로 야경을 보려면 자두어야겠다는 생각에 나도 잠을 청했다.
한국 시각 오후 11시 59분, 현지 시각 오후 4시, 발틱해를 지나고 있었다. 현지 시각 오후 4시 30분 정도 두번째 기내식이 나왔다. 절인연어에 브로콜리를 곁들인 전채, 닭 불고기 볶음, 과일샐러드를 먹었다. 두번째 기내식을 먹고 있을 때 비행기는 코펜하겐 상공을 통과하고 있었다.
런던에 도착해 출입국 심사관이 던지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고(나는 영국에 온 목적, 다음 행선지, 그리고 돈은 얼마나 있는 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런데 이 심사관 한국과 일본을 혼동했다. 입국허가를 위한 질문이 끝나고 엔화 얼마 정도가 1파운드냐고 질문을 했다, 쳇, 옆사람이 한국은 엔화를 쓰지 않는다고 귀띔하자 민망했는지 재빨리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서 큰 소리로 다음 사람을 불렀다) 입국수속을 밟아, 싱글티켓을 구입해 튜브를 타고 코벤트 가든에 내렸다.
짐을 풀고 Hungerford Foot Bridge에서 런던아이와 빅벤의 야경을 봤다. 바람이 차가웠다. 내셔널갤러리와 트라팔가 광장이 민박 근처에 있어 민박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곳까지 돌아보고 왔다. 코벤트가든 스타벅스 근처에 민박이 위치해 있어 교통은 굉장히 편리할 것 같아 일단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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