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이라는 것은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항공권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세세한 일정이나 루트를 짜보고
그 나라의 역사, 미술, 음악에 대해 공부하는 것까지 여행의 범주에 포함되니까 말이다.
흔히 처음 유럽여행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 택하는 것처럼,
많은 국가와 도시를 넘나드는 여행을 할 것인가
아니면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라도 좀 더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것인가 사이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결국 내가 택한 것은
더 적은 나라, 도시를 방문하더라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현지의 향기에 스며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일단 항공 tax가 런던이 더 많이 붙기 때문에 런던 in, 파리 out으로 정했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루트를 짜는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12시간이 넘도록 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케세이 퍼시픽이나 베트남 같은 항공을 택할 생각은 없었고
(내가 아직 배가 불러서 이런 소릴 하는건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로 하고 싶었는데 1월초에 항공권이 없더라..
(살짝 늦긴 늦은 감이 있긴 하다. 이제와서 부랴부랴 항공권을 알아보다니;)
'그래 그럼 에어프랑스로 하는 거다.'
근데 이것도 조회해봤더니 없다 그래서;;; 네덜란드 항공으로 결정;;
대한항공이나 에어프랑스만 못하겠지만
그래도 스카이팀에 속한 항공이니 못봐줄정도는 아니겠지 ㅠ
런던 -브뤼셀 -뮌헨 -프라하 -빈 -베네치아 -로마 -인터라켄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하고 벨기에 브뤼셀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사실 네덜란드에 가고싶은 이유는 고흐 미술관이 있다는 것 뿐,
거리도 지저분하기로 악명높고 가봤자 한국인의 머릿속에 있는 튤립, 풍차 보다는
사방팔방 널린 홍등가와 Coke가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 천지라는 사실만 각인된다기에
이미 내 머릿 속 암스테르담의 이미지는 .. -_-
처음에는 니스, 바르셀로나, 마드리드까지 루트에 끼워넣었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촉박한 일정이 되고 야간열차를 많이 타야 할 것 같아서
모나코와 스페인은 다음 유럽여행을 기약ㅠㅠ;;
그외에
브뤼셀에 머무를 때 하루는 룩셈부르크를 다녀오고,
베네치아에서 머무르는 동안 피렌체 정도.
인터라켄에서 머무를 때는 인터라켄 호텔을 베이스 삼아 하루는 루체른, 하루는 제네바 방문.
어차피 현지에 가서 일정이 바뀔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한국에서 세운 계획과 실제 현지에서의 루트가 바뀌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이제야 그동안 이런저런 알바해가면서 돈을 모은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 온 것인가 ㅋㅋㅋ
여행사에서 팔아먹는 패키지 투어는 그닥~ 가고 싶지 않았다.
패키지 상품을 선택할 만큼 돈이 풍족하지도 않을 뿐더러
정해진 일정을 한 명의 가이드를 따라 여기저기 다닌다는 것은
왠지 누군가 만들어놓은 틀에 내 자아를 끼워넣는 행위같고,
대체 왜 그 가이드한테 내 한달의 소중한 일정을 통째로 내맡겨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사람마다 여행의 목적과 정의는 각기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을 하는 이유는 직접적인 세상 경험이고, 호기심이다.
내가 이제까지 배운 세상은 책 속의 글이나 방송매체에서 흘려보내주던 스크린 속의 작은 세상이었다.
글자나 영상이 아닌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다는 호기심.
그리고 또 한가지는 '경험'이다.
아침에 숙소를 나서면서
'오늘은 또 어떤 것을 보게 될까.'
'어떤 일을 겪게 될까.'
하는 기분좋은 두근거림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가만히 있으면 가이드가 알아서 다 길만들어주고 그 길을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니,
패키지는 내게 아무런 여행의 의미를 주지 못한다.
어차피 다 사람 사는 곳인데
내가 그냥 현지인한테 길 물어보고, 열차표를 끊고, 차장하고 이야기하고,
길 잃어버리면 유럽 골목길 좀 눈물나게 쏘다녀보기도 하는 것도 일상의 소중한 기록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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