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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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회전하지 않는 제대로 된 스시, 스시긴







사람 입맛의 고급화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도 그 반대로는 적응이 참 힘들다. 김밥천국에서 먹던 돈까스가 세상 모든 돈까스를 대변한다고 생각하다가 처음 제대로 된 돈까스를 먹으면 감동이 피어오르겠지만, 반대로 처음부터 제대로 튀겨내는 돈까스집에서 먹다가 어느날은 시간이 없어서 김밥천국에서 돈까스를 시키면 한 조각 먹고 계속 먹을 것인지 말지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간사이를 둘러보는 동안, 초밥을 참 많이 먹었다. 오므라이스나 규동 같은 음식도 많이 먹었지만 초밥은 정말 많이 먹었다. 야식은 대개 초밥이다. 마무리는 조각 케이크나 컵 케이크. 스시긴. <일본에 먹으러 가자> 가장 첫 집으로 소개되어 있는 곳이지만 우린 가장 나중으로 미뤘다. 회전초밥도 먹을거고, 마트에서 파는 초밥 세트도 먹을건데 이 집부터 들렀다간 그 이후에는 어떤 초밥을 먹어도 "오옷 굉장해"하는 느낌보단 "흠, 괜찮긴 한데 역시 스시긴만큼은 아니네."하는 느낌이 들걸 우려해서였다. 오늘은 바로 그 미루고 미뤄두었던 스시긴에 가는 날이다.





흐억, 앙대.




스시긴 가는 길에 나름 일본어로 "킨테츠 츠루하시 에키?"하고 물어보고 있는데 어떤 장사하던 아주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킨테츠 츠루하시 저쪽에 있어요." ㅋㅋㅋㅋㅋㅋ 급당황. 여기서는 한국말로 물어봐도 될 듯이라던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오, 오덕 스멜이 풍기는 어떤 일본인이 다가온다. 으어, 좀 싫은데- 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동생은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있다. 스시 먹으러 여기까지 왔다고 했더니 '스시긴?' 하고 되묻는다. 오오오 오덕 스멜이 갑자기 듬직한 인상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맞다고 스시긴이라고 했더니 길이 좀 복잡하니까 자기가 안내해주겠단다. 우옷. 스시긴 찾아서 엄청 헤메고 다녔다는 후기를 참 많이 읽었는데.

이 밑은 동생과 그 사람의 대화 ㅋㅋㅋ

- 강고쿠진?
- 하이, 강고쿠진
- 세우르?
- (지금 얘 뭐라는거야)
- 세우르? 세우르?

(순간 서울을 세우르라고 발음한다는걸 눈치챔)

- 아! 서울! 하이, 서울

그리고 갑자기 그 사람의 일본어가 빨라지기 시작한다. 뭔가 많은 이야기를 한다.
이때 동생이 유일하지만 정말 유창하게 구사하는 일본어로 말했다.

"나 일본말 할 줄 몰라요."


아, 순간 그 머리 긴 사람 당황하면서 실망한 표정 ㅋㅋㅋㅋㅋ난 캐치했다ㅋㅋㅋㅋ


동생 말로는 이 사람이 "일본 어디 가봤니?" 이렇게 물어보는데 결연한 표정과 일본인 특유의 억양으로 "하이" 하면 얼마냐 웃기겠냐고 미리 그런 우스운 상황을 방지하는거라는데 휴 동생이 일본어를 조금만 더 잘했으면 연락처까지 교환할 기세였는데.


하긴 저번에 중도 앞에서 교수님이 How's it going? 하고 물었는데 그 남자가 "I'm going home"
아놔 교수님은 저거 지금 개그친거냐고 대박이라고 웃고- 아- 나는 그 사람의 진지한 표정에 웃고.




보인다. 노렌.
그 친절한 일본사람 덕분에 헤메지도 않고 5분만에 찾아올 수 있었다.
감사해요.






스시 여덟 종류를 하나씩 얹어주는 쥠 스시 세트를 주문.
주문을 받은 주인장이 바로 그 자리에서 쥐기 시작한다.






짠. 우와. 친절한 주인장은 한국말로 각각 어떤 생선이고 어느 부위인지를 설명해준다. 작은 붓으로 스시에 간장을 발라 먹어본다. 참치가 입안에서 녹잖아. 우와. 감탄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먹고 있는데 한국인 관광객 두 명이 또 왔다. 한편으로는 이제 이 집도 나름 책자에도 실리고 인터넷에도 후기가 올라오기 시작했으니까,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많은 관광객이 찾으면 점차 변질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녹차 맛이 씁쓸하구만.





동생이 오오토로(참치 대뱃살)을 달라고 했는데 재료가 없단다. 그래서 우나기를 외쳤다. 그러자 그 주인장이 농담아니고 진짜 딱 책에 실린대로

"쟝어. 오분. 오케?"

아 -
그날 이후로 우린 틈만 나면 따라했다. 쟝어. 오분. 오케? 쟝어. 오분. 오케? 쟝어. 오분. 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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