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날부터 택시를 탔는데, 기사와 뒷좌석 사이에 철제 칸막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한비야씨 책에서 택시 기사를 상대로한 강도가 하도 많아서 이런 구조를 도입했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납니다. 식당에서 집까지 오는데 9위안이 들었습니다(당시 환율 1위안=200원). 그렇게 하루가 지난 다음 날 중국에서 맞는 첫 아침에 제 방 창가에서 본 모습입니다.
이곳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 중 하나는 횡단보도의 초록불과 동시에 좌회전 신호가 떨어지기 때문에 사람이 건너고 있는 횡단보도로 운전자들이 거침없이 돌진해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뭐지 신호등이 고장났나? 싶은 표정을 보신 홈스테이 어머님이 금방 눈치를 채시고 여기서는 빨간불일 때 건너는 게 더 안전하다고 하십니다. 농담같지만 진담이었습니다. 빨간불일 때 건너는 인원이나 초록불일 때 건너는 인원이나 그 수는 비슷비슷합니다. 초록불과 좌회전 신호로 길을 건너는 사람과 인력거, 자동차들이 뒤섞인 모습은 엉망진창같았지만 3주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 안에 나름의 규칙이 슬슬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집 근처에 있었던 대형 마트 짜자위엔? - 저는 아직도 발음이 헷갈립니다 - 입니다. 여기 자주 놀러갔습니다.
혼자 여기저기 잘 돌아다녔습니다. 인력거도 많이 탔습니다. 2위안하는 팝콘은 하도 많이 사먹어서 이제 저를 알아보고 뭐라고 말을 건네오기도 합니다만, 이제까지 중국어를 배워본 일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도 가격 흥정할 거 다 하고 다녔고, 인력거 타는 재미에 맛들려 살았습니다. 이제까지 이 나라 저 나라 다니면서 느끼는 일이지만 언어를 몰라서 여행갈 엄두가 안 난다는 말은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가격을 떠나서 택시야 어차피 한국에서 타 본 택시 그 느낌 그대로고, 인력거는 다릅니다. 좀 더 주변 풍경을 돌아보면서 목적지까지 다다를 여유도 느껴볼 수 있고요.
이곳은 야채와 과일이 무척 쌉니다. 한국에서는 망고가 한 개에 2천원 정도였고 그것도 얼린 망고라 맛도 별로 없었는데 여기에서는 얼리지 않은 싱싱한 망고를 큰 접시에 한 가득 쌓아서 내오신 후 배가 불러 더이상 먹지 못할 때까지 망고를 깎아주셨습니다. 진짜 망고는 이런 맛이구나 싶었습니다. 깨물 때마다 엄청나게 단 물이 쑥쑥 입 안에 가득 찹니다. 평생 먹을 망고를 한 달 동안 다 먹은 것 같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쓰레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혹은 교묘하게 길거리에 버립니다. 양껏 끓는 소리를 내며 끌어올린 가래침도 거리낌없이 탁탁 뱉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이곳으로 유학 온 아이들은 아무래도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부터 빨리 배우는 것 같습니다.
새벽마다 일찍 일어나서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이 날은 황사가 무척 심했습니다. 운동하지 않느니만 못한 날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날은 땀 흘리면서 운동할 욕심은 버리고 바닷가를 따라서 걷다가 돌아왔습니다.
중국은 놀라운 나라입니다. 아직 발매하지도 않은 스타크래프트2와 디아블로3 게임 시디가 이 나라에서는 버젓이 팔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시디 내용은 아무 상관없는 게임이나 영화로 채워져 있고, 뒤늦게 환불을 요구하면 자기들이 판 시디가 아니라며 오리발을 내민다고 합니다. 그 외에 온갖 회사의 엠피쓰리와 PMP제품이 많은데 중국 제품들은 비닐로 포장된 채로 진열되어 있고, 손님에게 보여줄 때도 비닐로 싸인 채로 작동 상황을 보여줍니다. 그 이유는 중국 제품들은 먼지가 기기 내부로 쉽게 들어가 시간이 지나면 먼지로 화면이 가려져 뿌옇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모조품도 무척 많은데, 그 중에서도 아이리버의 미키마우스 제품이 무척 많이 보입니다. 가격은 만 원 정도입니다.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봤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번 정류장은 ~~~, 다음 정류장은 ..." 식으로 다음 정류장까지 알려주지만 여기 버스 안내 방송은 오로지 이번 정류장은 어디인지에 대해서만 안내합니다. 그마저도 문 열리기 거의 직전에 방송합니다. 대강 어디쯤인지 감을 잡고 있거나 아니면 문 옆에 붙어서 긴장타고 있다가 방송이 나오자마자 뛰쳐나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국인들은 저녁으로는 주로 술과 안주를 먹고 점심은 이렇게 길거리에서 서서 먹는 음식으로 대충 때운다고 합니다. 쇼핑몰 같은 건물로 들어갔는데 카파, 퓨마,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 가방과 옷들을 여기저기에서 팔고 있었습니다. 모두 다 가짜입니다. 홈스테이 했던 집 아이가 첫날 대뜸 내 옷을 보고 우와 그거 진짜에요? 라고 했던 물음의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실습을 나갔던 학교 아이들의 가방은 대다수가 키플링, 운동화는 보통 나이키, 지갑은 물론 필통마저도 루이비통입니다. 학교 아이들도 제 물건 중 브랜드 로고가 있는 녀석을 볼 때마다 진짜냐고 묻습니다.
시끌시끌하고 어딜가도 북적이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딜가도 중국 특유의 냄새가 배어 나오는 곳. 향신료 향이라고 해야 하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지금도 그 냄새가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오늘따라 생각이 많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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